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8월 22일 토요일,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는 아침.
잠깐 가을인가? 생각했다가 조금 움직이면서 여름인 걸 깨닫는다. 그래도 뜨거운 공기가 아닌 날이 오랜만이라 반갑게 느껴진다. 막상 여름이 지나가면 아쉬울 것 같은데 나는 왜 가을을 기다리고 있을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는 삶은 언제나 어렵다. 노력 노력 노력해야지.
.
아침 일찍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러 간 남편. 오늘도 어김없이 체중을 재고 기록을 해둔다. 어제 귀찮아서 쌓아둔 설거지를 말끔하게 해놓고 팥시루떡을 데웠다. 먹기 좋게 잘라놓고 영화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봤다. 한 4조각 먹었나. 갑자기 시큼하고 불쾌한 신물이 확 올라왔다. 어우, 목구멍이야. 이유가 뭘까. 팥 때문일까, 아니면 몸 상태 때문일까.
.
같이 장을 보러 가려다가 남편이 대신 보기로 했다. 과일, 우유랑 요구르트를 부탁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사오는 걸로. 따르릉 전화 호출에 밑에 내려가서 같이 짐을 나눠 들었다. 복숭아랑 초록 사과, 콩나물과 고춧잎, 우유랑 요구르트, 주꾸미 볶음세트를 샀고, 어머님이 사 주신 쌀빵들이 있었다. 그 남자 참 살림꾼일세.
.
모처럼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남편은 팔이 빠지도록 양배추를 갈아서 한 바구니를 쌓아두고, 나는 햄을 살짝 굽고, 달걀물을 풀어 네모 모양으로 구웠다. 빵만 꺼내서 구우면 되는데 식빵이 상했다. 갑자기 전의상실한 두 사람. 배가너무 고파서 복숭아 하나를 깎아 먹고는 남편이 동네빵집에 가서 식빵을 사 왔다. 주방이 엉망진창되도록 파이팅 넘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순간 울리는 세탁기 종료음. 오늘 왜 이리 힘드냐.. 그래도 맛만 좋네.
.
남편은 목공놀이를 하고 나는 네모네모 로직을 했다. 몇 번이나 풀어도 계속 틀리는 바람에 분노의 소리를 낸다. 으아앜악! 잠깐 한숨자고 일어나 다시 시작되는 고민. 저녁은 뭘 먹을까. 낮에 사 온 주꾸미세트를 꺼내 볶아주는 남편은 밥도 하고, 볶음밥도 만들어준다. 친절한 우리집 요리사. 마요네즈 소스에 콕콕 찍어 먹고, 김에도 싸 먹었다. 치즈 가득 넣은 볶음밥도 나눠 먹는 사이좋은 우리. 잘 먹었다.
.
남편은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대구사람 아니랄까 봐 팔공산 티를 입고 아주 편한 복장으로 떠난 그 사람. 나는 다시 설거지를 하고 다시 퍼즐에 빠졌다. 겨우 겨우 완성한 그림을 보며 나무에게 자랑을 해 본다. 그러다 갑자기 목이랑 속이 뜨거워진다. 요즘 2-3일에 한 번씩은 뜨거워져서 난리인 이숭이. 불 뿜는 이숭이로 변신할까 무섭네. 역류성 식도염 증상 같은데 병원가는 날에 약 처방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오메 뜨거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