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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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월요일,
에어컨을 끄면 덥고 켜면 춥고.
선풍기가 꺼지면 덥고 어쩌란 말인가.
선잠에는 나무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새벽에 화장실에 한 번씩은 가는 편인데 그때마다 나무도 꿈틀꿈틀. 요즘은 톡톡 툭툭에서 꼬물꼬물거리는 느낌도 들고, 스윽 지나가는 느낌도 있다. 그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안녕 나무. 나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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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사 온 과일들로 간식을 챙겨준다.
대부분 초록색인데 붉은색이 그라데이션처럼 번지는 사과, 노란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복숭아. 그리고 사료 식감의 시리얼, 요거트 한 개. 과일을 깎으면서 내 입으로 한 개, 두 개, 세 개 숑. 우리 둘 다 든든한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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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오후.
딱히 뭘 사진 않아도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검색해보고, 네모로직과 동화책을 읽는다. 좋아하는 음악이 나올때면 무한반복. 오늘은 캐논변주곡과 Autumn Leaves. 요거 듣는데 왜 뭉클해질까. 나무가 툭툭 치면 괜히 이 음악을 좋아해서 신호를 보내는 것 같은 느낌. 좋지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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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에 마트에 갔다
빠른 걸음으로 종종 다녀왔는데 뒤뚱뒤뚱 걷는 듯한 이숭이. 너무 확 올라버린 야채들이었지만, 깻잎과 청상추, 애호박, 다진 소고기를 사 왔다. 애호박 하나에 3,900원이라니. 오자마자 씻고 튼살크림을 슥슥 바른다. 부디 튼살만큼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슥슥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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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쌀을 안쳤다.
메뉴는 LA갈비랑 쌈채소, 물김치랑 고춧잎무침. 급한대로 고춧잎을 데쳐서 무치고 먹기좋게 차려서 먹는 저녁 식사. 밥을 다 먹었는데 배가 고프다? 후식으로 복숭아를 깎고, 또 후식으로 요거트를 먹는 밤. 이러니 살이 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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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커져가는 배 크기.
갑자기 생긴 기미와 별별 증상들.
(이를테면 변비와 식도염, 착색,
간지러운 피부, 늑대인간을 연상케하는 털 등)
그것과는 상쇄되는 나무의 움직임.
그래서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고,
감사하다고 마무리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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