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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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수요일, 누워 있는 시간에 비해 비효율적인 수면. 눕는 자세도 어정쩡하고 은근히 다리가 아파서 뒤척이기를 반복하다 잠이 든다. 다리가 괜찮으면 팔이 불편하고, 부스럭부스럭 쿠션 위에 팔을 올렸다가 바로 누웠다가, 아유. 잘 때만이라도 팔 다리를 접어서 보관해놓으면 좋겠네.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네. 어쨌든 날이 밝았다. . 남편이 가고 나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태동. 평소엔 배꼽 아래 또는 배꼽 근처, 옆구리를 톡톡 거리던 나무가 오늘은 배꼽보다 위에서 느껴졌다. 톡톡도 아닌 퉁퉁. 배 안에 미꾸라지가 다니는 것처럼 미는 느낌도 든다. 어제는 꽤 조용했는데 오늘은 유난히도 활발한 나무가 또 반갑고 기쁘고 그렇다. 나무야 잘 먹고 잘 놀아줘서 고마워. 내내 행복하렴. . 점심을 차려 먹는다. 어제 반찬 그대로 출동. 콩나물과 비엔나, 에그스크램블로 밥 위에 올려서 고기랑 깻잎이랑 슥슥 비볐다. 요구르트랑 초코 아이스크림은 간식으로 먹고, 영화 ‘먼 훗날 우리’를 틀었다. 저번에 보고 반한 중국 배우 ‘주동우(저우동위)’. 연기를 어찌나 맛깔나게 하는지 보고 있는 동안 몰입해서 봤다. 눈웃음과 웃는 모습은 또 어찌나 이쁜지. 내 스타일인가? 매력있는 배우였다. 캬. . 틈틈이 바깥을 바라본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나무가 흔들리고 있는지, 비가 내리는지 확인했다. 맑은데 또 어느새 먹구름이 몰려온 하늘. 부디 조용히 지나가기를. . 남편 퇴근시간에 맞춰 밥을 차린다. 메뉴는 현미밥, 콩나물국과 콩나물 무침들, 고춧잎무침, 찐만두. 청양고추 한 개를 썰어 넣었는데 끝 맛이 칼칼해졌다. 물을 머금은 만두에서 김이 모락모락. 각자의 하루를 나누면서 먹는 저녁. 갑자기 배가 불러서 밥을 남긴다. 밥숭이가 밥을 남기다니. . 부엌 정리를 하고 각자 시간을 보낸다. 나는 머리를 싸매고 네모네모 로직을 풀었다. 남편은 목공놀이를 하고 소파에 드러누워 아주 편하게 쉬고 있다. 목공놀이를 할 때는 ‘목공이 왔냐’고 부르고, 누워있을 땐 ‘동백(동네백수)이 왔냐’고 부르는 나. 선풍기, 에어컨으로 냉방병이 왔는지 머리가 지끈지끈하긴 한데 시원해서 끌 수가 없다. 감사한 게 많은 하루. 저녁이 있는 삶이 감사한 날. ‘함께’라는 이유로 든든한 마음. 당신과 나, 나무 우리 셋.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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