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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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 목요일,
물을 꼭 닫고 잤던 덕분에,
에어컨을 켜놓고 잤던 덕분에 남편은 잘 잔 것 같았다. 우리가 잠들고 두 시간 뒤, 새벽 1시에는 엄청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얼마 후에는 번개가 번쩍번쩍했다. 천둥소리는 못 들었지만 바람소리 빗소리가 나를 깨웠다. 그리고 계속 선잠을 잔 덕분에? 나무의 태동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고, 새벽에 마스크 쇼핑을 할 수 있었다. 아이참. 나 자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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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으로 시작하는 우리.
남편은 출근 준비를 하고 나는 평소처럼 간식을 챙긴다. 굳이 밥을 먹지 않아도 되는 타입의 남편 덕분에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다. 초록사과랑 복숭아, 시리얼과 요거트를 옆에 두고, 센스없게 이열치열 따뜻한 물 한 잔을 챙겨주는 나. 이렇게라도 따뜻한 한 모금을 마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도 한 잔을 들이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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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자고 일어나 시리얼 한 그릇을 말았다.
우유 소비가 많아진 우리 집. 적당히 눅눅해진 과자를 떠 먹는데 요것도 맛있다. 입덧이 지나가고,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어서 좋은데도 살찔까 봐 걱정되는 건 어쩔 수가 없네. 아기 낳고 다 뺄 각오를 하고, 일단 먹자. 냠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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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부산 출장을 다녀온 남편은 잠시 집에 들러 봉지 두 개를 건네주고 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과 매콤한 무말랭이가 들어간 할매김밥. 청도 맛집이라나. 맛도 맛인데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감사해서 더 맛있던 오늘의 한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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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부르다고 간단히 먹을 거라던 약속은 쏙 들어가고, 우리는 햄버거를 주문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빅맥 세트. 금요일 같은 느낌이 들어서 편안한 목요일 밤. ‘응답하라 1994’ 17화를 보면서 깔깔깔. 세상에서 제일 평화로운 시간. 행복한 지금. 모두에게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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