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8월 30일 일요일,
7시 반에 알람이 울린다.
더 자고 싶을 텐데 벌떡 일어나는 남편은 재빨리 머리를 감고 옷을 주섬주섬 입는다. 여느때처럼 과일 몇 개를 깎아주려다 사과 하나랑 찐빵을 통에 담아주었다. 그러고는 휘리릭 사라진 남편은 어디로? 회사로.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
이제 꽤 활발한 우리 나무.
누워있다가도 옆으로 돌아누우면 신호를 보내곤 한다. 아직까진 아프다는 느낌을 못 받았지만, 점점 강도가 세져서 갈비뼈가 아플 정도를 상상해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그 만큼 배속에서 아기가 많이 자랐다는 거니까. 실제로 배가 많이 나왔다. 살이 찌면 옷이 작아졌다는 농담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꽉 끼거나 불룩해졌다. 20주부터는 정말 훅훅 크는구나. 신기한 나무의 7개월이다.
.
남편은 오후 1시 전에 돌아왔다.
에어컨을 켜기엔 좀 애매한 온도. 하지만 내 겨드랑이는 이미 축축해. 모두를 위해 에어컨을 켜고 시원하게 쉬는 일요일 오후. 남은 피자를 데우고 각자 좋아하는 음료를 한 컵씩 앞에 놔둔다. 나는 식혜를, 남편은 콜라를. 식혜가 맛있어서 연거푸 두 잔을 마신다. 토스트는 물 건너가고 대신 피자랑 여름방학과 함께 하는 일요일 브런치.
.
네모네모 로직 말고는 딱히 한 게 없는데 시간이 잘 간다.
벌써 저녁 6시 반. 식혜 한 잔을 마시고는 밥을 준비하는 두 사람. 금토일 중에서 제일 제대로 챙겨먹는 식사였다. 남편은 갈비살이랑 양송이버섯을 굽고 나는 쌈채소랑 겉절이를 무친다. 소금을 넣은 기름장에 콕콕콕. 잘 먹었다. 뉴스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리는 최대한 집에 있으려 하는데, 외식도 외출도 자제하는데 어째서 확진자는 점점 늘어날까. 어째서 사람들은 여기저기 잘도 다니는 걸까. 다들 조심해야할 시기인데 어째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걸까.
.
그럼에도 감사한 게 많은 하루.
집에서라도 편안하게 쉴 수 있음에 감사함을,
도란도란 함께 식사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커가는 나무를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함을,
오늘 자체에 감사함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