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9월 1일 화요일,
3시 15분 나무는 깨어있다.
혼자서 툭툭 톡톡 꾸물꾸물. 내가 자고 있으면 잔다고 태동을 못 느끼는걸까, 아니면 나무도 그때 자고 있을까. 점점 나무의 생활이, 세계가 궁금해진다. 깼다 잠들기를 반복하다 눈 떴을 때 알람이 울리기 3분 전이었다. 으아 아쉬워.
.
엘리베이터 앞에서 남편을 배웅한다.
그러고는 다시 누워있다가 주섬주섬 외출복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병원 가는 날. 매 순간이 긴장되고 떨리겠지만, 많은 임산부들이 부디 한 번에 통과하고 싶은 날이 있다. 임신당뇨 검사. 살랑살랑 부는 바람과 함께 보폭을 맞추며 걸었다. 집에서 10분거리. 일찍 도착한 덕분에 일찍 검사할 수 있었다. 나무야 잘 부탁해!
.
오렌지주스에 설탕을 과하게 탄 듯한 시약을 두 번에 나눠 마셨다. 정확히 1시간 뒤에 채혈과 소변검사를 하기로 했다. 알람을 맞추고 혼자 놀고 있는데 내 이름이 불린다. 초음파 진료를 본다고 했다. 어? 오늘은 임당검사만 하는 줄 알았는데? 뭐야뭐야 나무 만날 수 있는거야? 갑자기 혼자 너무 신나버렸다. 두근두근.
.
한 달 사이에 나무는 더 자랐다.
체중은 430g에서 900g으로 두 배가량 늘었고, 뇌와 배둘레를 쟀는데 4일정도 더 크게 자라고 있다고 했다. 눈코입을 보여주는데 알아보기 힘든 초음파 사진. 선생님의 마우스 표시와 설명으로 알 수 있었다. 풉. 나무야 코 왜 눌렸어. 귀엽고 재밌고 웃기니. 혼자서 피식피식 웃기 바쁘다.
.
집에 오자마자 요가 아니 스트레칭 30분을 하고 푹 쉬었다.
생각날 때마다 나무 사진을 보면서 피식피식. 낮잠도 자고 책도 읽고 집 정리도 하면서 보내는 오후. 저녁엔 동네언니 가족을 만났다. 바깥은 위험하니까 우리집으로 초대를.
.
나무뿐만 아니라 한 달 사이에 언니네 아가야도 쑥쑥 자랐다. 더 다양해진 표정과 예쁜 얼굴, 활발한 에너지 소유자. 귀여워서 보고 또 보고 웃고 또 웃는다. 아기가 노는 동안에 우리는 파스타랑 라이스, 샐러드를 먹고 언니가 사 온 바노피파이도 다 먹었다. 장난감도 물려받고 밥도 사주고 아낌없이 주는 동네언니네. 다정한 사람들이 곁에 있어 행복한 여름밤이었다. 근데 나 왜 지금 하품 오백번 나오나. 아기를 돌본 것도 아닌데, 아이참.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