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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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수요일,
피곤하다 하면서 자려고 누운 남편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반템포 숨을 쉬는 걸로 봐서는 ‘자고 싶은데 왜 말을 거냐’고 하는 것 같았다. 몇 마디를 나누다 둘다 쿨쿨쿨 꿈나라 여행을 떠났다. 네 다섯 개의 꿈을 꾸고 퀭해진 이숭이. 밖에는 비가 내리는지 어두컴컴한 아침. 아으. 피곤해라. 그럴 때마다 하는 말 ‘오늘 일찍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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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러지듯 잠을 잤다.
한 것도 없이 피곤한데 오늘은 체력이 와르르 무너진 듯하다. 늘어지듯 자고 일어나 요가매트를 깔고 앉았다. 유튜브 ‘지음요가’를 보면서 천천히 동작을 따라 한다. 선생님 목소리가 느릿느릿해서 여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다. 배를 쓰다듬고 멘트와 함께 따라가보면 정말 아기랑 교감을 하고 있는 기분도 느꼈다. 우리 아기, 나무야 오늘도 나랑 요가해서 고마워. 나 배고파서 라면 좀 먹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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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00
나무가 세상으로 나오기까지 남은 날. 백일 카운트 다운이라니. 내일부터 두 자리 숫자라 생각하니 괜히 떨려오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동안 자주 교감하고 함께 해야지. 누워 있는데 흔들거리는 배. 나무가 움직이고 있다니. 내 배에 아기가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기하고 놀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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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지키고 았던 꼬막을 꺼냈다.
삶고 까는 과정을 생략하려고 샀던 새 꼬막. 레시피를 보고 양념을 준비하는데 아글쎄 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맛을 보면서 계속 갸우뚱. 다시 나온 간장과 고춧가루, 청양고추. 이것마저도 부족해 지난 번에 만들어 놓은 비빔장 소스를 꺼냈다. 이제야 괜찮은 맛. 반은 무치고, 반은 밥이랑 비벼서 그릇에 담았다. 뭔가 마음에 들진 않아도 잘 먹어준 남편, 오늘도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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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참 다이나믹하다.
대역병과 재난재해, 이젠 태풍이라니. 내일 새벽에 지나갈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쓩쓩 부는 밤. 뽑힐 듯 흔들리는 나무들.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 단단히 걸어잠근 창문. 어제부터 또 시작된 목 뜨거움과 속쓰림. 그럼에도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밤. 당신과 함께인 순간. 9월도 잔잔하고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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