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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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 수요일,
자유부부 D-Day.
수요일에 친정에 갈거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며칠 전부터 남편의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남편이 이렇게 웃는 얼굴이었나.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웃고있었다. 내가 없는동안 뭘 할거냐고 물어봤는데, 목공놀이를 할거라고 했다. 나무를 만질 생각에 더 신나보인다. 신기하다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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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가고 나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평소엔 남편 가방에 이것저것 다 넣어서 몰랐던 짐의 부피와 무게. 옷, 신발, 세면도구, 고데기, 메모지랑 펜, 심지어 영어책, 키보드까지... 어깨가 나갈 것만 같은 무게였다. 새삼 내 짐꾸러미를 들어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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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반 버스를 탔다.
손님이 5명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편안하고 쾌적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두 시간동안 거의 눈을 붙이고 있었더니 금방 통영에 도착했다. 대구랑 10도정도 차이가 난다. 공기랑 온도가 확실히 달랐다. 내가 살기 좋은 이 곳을 떠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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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가 터미널 앞으로 데리러 오셨다.
터미널 반대편에서 대기를 하시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드신다. 반가움에 인사를 팡팡 나누고 추어탕을 먹으러 갔다. 디톡스 이후로 살이 다시 올랐지만, 그래도 지난 번에 봤을 때보다는 조금 빠졌다며 냉정한 평가를 해주는 엄마. 그래도 다행이다.... 요요가 끝까지 오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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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 오면 좋은 점.
첫째, 누울 수 있다. 둘째, 누울 수 있다. 셋째, 누울 수 있다. 쇼파에 길게 누워서 굴러다니다가 눈을 붙였다. 나중에는 바닥에 눕고, 또 나중에는 방에서 누워있었다. 하루종일 누웠던 기억만 떠오르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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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엄마랑 외출을 하고 옷을 샀다.
엄마찬스로 옷이 생겼다. 집에 와서 패션쇼를 하고, 엄마가 안 입는 원피스랑 바지까지 또 얻었다. 예전에는 엄마 원피스 품이 커서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딱 맞다.. 뭔가 잘못돼가고 있는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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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누워지냈던 탓에 영어책도 늦게 펼쳤다.
어버버버 연설문을 공부하고 나서 감사일기를 쓴다. 이미 피곤해진 상태의 이숭이. 남편은 뭐하나 싶어서 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았다. 알고보니 저녁을 챙겨먹고, 말린 수건을 개고 이불 빨래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자유롭고 바쁜 하루 중에 집안일까지 신경쓰다니.. 정말 멋진 남편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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