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0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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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 목요일,
친정에 오면 소로 변신하는 이숭이.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눕고 눕고 드러눕고. 10시쯤 일어나서 엄마표 양파즙이랑 과일을 먹으면서 배를 채웠다. 그때부터 아빠랑 나란히 앉아서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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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장을 한가득 보고 오셨다.
내게 오후 미션이 주어졌다.
1. 자색 햇양파 껍질 까기
2. 햇양파 랩 똘똘 감아서 통에 담기
3. 마늘 까기
4. 김밥 만들기
5. 어묵탕 만들기
공식적인 미션은 다섯 개. 그러나 추가로 들어온 미션은 부추 데치기, 아보카도 오일 인터넷으로 구매하기, 아빠에게 유튜브 사용방법 알려주기, 갈비 양념 절이는 방법 배우기 등등. 엄마랑 둘이서 내 주먹보다 큰 양파를 까는데 매워서 왕눈물, 왕콧물을 쏟았다. 까기도 전에 눈물이 났는데... 까는 도중에 내 코 끝에 대롱대롱 걸려있는 지저분한 왕콧물 때문에 빵 터져버렸다. 둘 다 콧물을 팽팽 풀고 다시 눈물의 양파껍질 까기 기계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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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랩에 감아서 통에 담고 곧바로 마늘을 깠다.
이런 단순노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재미있게 끝냈다. 그 이후에는 쇼파에 드러누워서 쉬다가, 오빠 방에 들어가서 대자로 뻗어 잠들어버렸다. 그렇게 엄마의 미션 김밥과 어묵탕은... 시원하게 통과해버리고... 꿈에서 김밥 준비를 하느라 바빴던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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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를 관찰한 결과, 둘 다 뉴스를 좋아한다는 사실...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 오빠가 오기 전까지 뉴스만 봤다. 오빠 아니었으면 밤까지 뉴스를 볼 뻔.. 여기저기 채널을 돌려가며 뉴스를 보고, 아빠는 유튜브로 뉴스를 찾아가며 보셨다. 시끌시끌한 정치와 세상 이야기로 분노를 표출하기 좋은 미디어. 나 대신에 누군가는 적나라하게 독설을 하고 깊이 파헤치고 있으니, 그들의 방송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아빠는 내게 유튜브 구독과 좋아요 누르는 방법, 댓글 다는 방법을 배웠다. 그의 첫 댓글은 ‘예리한 지적과 말씀 멋져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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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으로 엄마표 치즈김밥, 어묵탕을 실컷 먹었다.
그리고 외출 준비를 해서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얼굴만 보기로 했는데 우리는 밤바다를 앞에 두고 케이크랑 음료를 먹었다. 바른생활 내 친구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덕분에 빠른 귀가를 했다. 나는 야밤 영어공부랑 하루를 기록하는 중. 오늘도 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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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보니 우리가 결혼한 지 600일째 되는 날이다.
평소 기념일을 잘 챙기는 편이 아니라서 가끔 기념일 어플을 보면서 확인을 하게 된다. 2년 전에 우리도 참 좋았고, 결혼한 지금도 여전히 좋다. 누군가는 내게 사랑에 미쳐? 사랑 때문에 다 내려둔 그 용기가 대단하다고 했다. 나도 신기한 그 결단과 용기. 미래를 내다볼 순 없기에 내 인생 가장 큰 도전이자 모험을 했던 순간. 그리고 느낀 건 단 한 번도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용감했던 이숭이와 무한한 믿음을 줬던 남편. 축하해요 우리의 6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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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lose faith.
You’ve got to find what you love.
Keep looking. Don’t se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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