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30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11월 30일 월요일, 귀여운 고양이 소리에 깔깔 웃는 새벽. 그 소리의 정체는 남편이었다. ‘냥’ 고양이 꿈을 꿨나, 오늘도 귀엽네 흐흐흐. 아직은 진통이라 느낄 것도 없이 평온한 상태. 여전히 틈틈이 목은 뜨겁고, 한 번씩 배가 돌처럼 딱딱해지곤 한다. 손발이 퉁퉁 부어서 발목도 똥똥해진 만삭 임산부. 다 괜찮으니까 건강하게 만나자 나무야. (굵고 짧게 고통을 느꼈으면..) . 11월의 마지막 월요일. 11월 마지막 날. 언제 이렇게 1년이 흘렀나. 하루만 지나면 12월이라니. 옷이 눈에 띄게 도톰해지고 코끝이 시린 계절이 왔다. 아득하게 느껴졌던 그 계절, 둘에서 셋이 되는 겨울이 왔다니. 남편도 나도 나무도 오늘 하루 잘 보내기로 해요. . 비몽사몽일 때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몸은 괜찮냐며, 나무는 잘 있냐며, 주말은 잘 보냈냐며, 나무가 나오려 하냐며 궁금한 것들을 마음껏 물어보신다. 아직까지 괜찮다고, 나무는 전혀 나올 생각이 없어보인다고 했다. ‘혹시 엄마는 긴장되냐고’ 물어봤더니 ‘당연하지, 내 딸이 아기를 낳는데’. 안 그래도 코로나때문에 병원 방문도 막혀서, 출산하는 날에 당장 만날 수 없는 사실을 안타까워 하셨다. 엄마, 나 잘 해볼게요. . 노래부르던 굴떡국을 끓인다. 다짐육을 샀던 이유가 고명이었는데, 만두에 정신이 팔려 깜빡하고 말았다. 대신 만두 한 개는 터뜨리고 하나는 떡이랑 같이 먹었다. 냠냠냠. 생굴을 안 좋아하지만, 익힌 굴은 잘 먹는 나는 겨울이 되면 떡국이 참 좋다. 11월 마지막 영화는 ‘엠마’. 내용은 뻔한데 음악이랑 배경이 좋아서 계속 보게 된다. . 칼바람을 뚫고 아파트 주변을 걸었다. 너무 추우면 언제든 집에 돌아올 각오로 멀리 가지 않았다. 왔던 길을 계속 걷고 걷고. 얼마 전에 봤던 진달래?는 한송이 더 펴있었다. 울타리에는 장미가 왜 아직도 있을까. 얘들아 지금 겨울이라고.. . 저녁 메뉴는 카레. 어제 사 온 돼지고기랑 함께 야채를 넣고 카레를 끓였다. 고기가 들어간 건 정말 오랜만에 만드는 것 같다. 대신 소시지를 생략하고 후라이만 하나 올려서 먹는다. 부추김치, 시금치나물이랑 김치 세 가지 반찬과 함께 냠냠냠. 일년 전에 동률님 콘서트에 다녀왔었는데, 올해는 집지킴이가 되었다. 그래도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서 감사하다고, 무탈한 11월에 고맙다고. 12월도 행복하고 잔잔하게 우리만의 시간을 보내기를. _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01129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