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2월 11일 목요일,
안 잘 것같던 나무는 딥슬립에 빠졌다.
왼쪽으로 돌아누워서 아기랑 최대한 딱 붙어 있는다. 왼팔은 머리 위쪽으로 올리고, 오른팔은 아기 배 위에 살짝 닿을 정도로만 올려둔다. 나의 온기가 전해지기를. 닿아있음으로 든든하기를. 엄마의 품이 포근하기를. 어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모두 쿨쿨쿨 잠들었따. 2시간 만에 깨서 또 맘마달라고 울면 어쩌나 했는데 무려 5시간을 넘게 잤다. 젖병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드는 나무를 보면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네. 많이 자서 고마워. 맘마 맛있게 먹어 귀염둥이야. 잘 자고 일어나서 신나게 놀자.
.
친구랑 삼겹살을 먹는 꿈을 꿨다.
고등학생인데 수업을 빼먹고 몰래 먹는 꿈. 심지어 술까지 마신다. 이왕 불량학생인거 신나게 먹어버리지. 찔끔찔끔 아쉬울 정도로 먹고 있었네.나 삼겹살도 먹고 싶고, 술도 먹고 싶나 봐. 내가 꿈에서 허우적거릴 때 남편은 오전에 아기를 보고 있었다. 잠시후 시장에 가서 과일, 빵을 사 왔다. 핫도그랑 샌드위치는 아직 안 나와서 햄치즈빵과 초코케이크를 골라왔다. 나는 나무를 아기체육관에 맡겨두고 청소를 하기로 했다. 쓸고 닦기 시작.
.
오후엔 시어머님이 오셨다.
양손가득 무언가를 가지고 오셨는데, 오늘 내일 먹을 음식과 재료들이었다. 보자마자 나랑 엉덩이로 인사를 나누고 나무에게 달려가셨다. 얼마나 안아보고 싶었을까. 어머님이 오신 이후로 내가 나무를 안을 틈이 없었다. 이렇게 손발과 몸이 자유로웠던 적이 언제였던가. 흐흐흐. 세상순둥이가 되어 맘마도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귀염둥이. 수유텀을 어느정도는 맞춰서 주고 싶은 우리와 아기가 울면 바로 줘야하는 어른들의 생각과 차이가 살짝 있었는데, 우리 의견을 잘 맞춰주셨다. 중요한 건 그 수유텀도 아기가 사정없이 울면 와르르 깨져버린다.
.
어머님표 수육, 그리고 막걸리 한 잔.
오랜만에 우리는 건배를 했다. 임신 중에도 잔에 술을 받긴 했지만, 입에 댄건 얼마만인지. 목넘김이 아주 예술이네. 그러고 보니 돼지고기와 술, 어젯밤에 꾼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사이다도 벌컥벌컥 마시고 막걸리도 마시고, 따뜻한 수육도 쉴 틈없이 먹는다. 늦은 밤까지도 나무를 안고 꼬옥 않고 한 번도 내려놓지 않으시던 시어머님은 아기를 하룻밤 데리고 주무시기로 했다. 이렇게 떨어져 본 적이 없는 나는 뭔가 허전하고 아쉬워, 보내기 전에 한번 꾸욱 안아본다. 조리원에 온 기분이랄까. 말똥구리에게 ‘나무야 엄마야, 보고싶었어’ ‘나무야 고마워’ ‘나무야 사랑해’ ‘나무야 할머니랑 잘 자고 내일 봐’ 등 한 마디씩 할 때마다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대답을 하던 우리 아기. 우리끼리 마음을 나눈 것 같아 괜히 코끝이 찡해진다. 얘가 우리 아기라니. 아이참. 오늘도 감사함으로 하루를 마무리 해본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