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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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목요일,

유퀴즈를 보면서 일기를 적었더니 새벽 1시 반이 넘었다. 더 놀고싶지만 나의 모든 스위치를 다 끄기로 했다. 불도 끄고 폰도 내려놓고 눈도 감고 꿈나라로 슝. 아기는 외할머니 곁에서 달콤한 잠을 잤고, 나는 넓은 침대 하나를 다 차지하고는 편하게 잤다. 아기가 잘 자고 있는지, 맘마를 잘 먹었는지 걱정도 다 내려놓고 쿨쿨쿨. 아침 8시가 되자 엄마는 나를 깨우러 방에 들어오셨다. 등산 가시기 전에 일어나서 씻으라며 깨우셨는데, 나는 금세 잠들어버린다. 일어나라고 다시 방에 들어오셨다. 아기를 봐주시니까 씻고 싶은 시간에 씻을 수 있는 게 너무 좋네. 쉰내 가득한 내 몸에서 비누향이 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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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약속이 있어 나갔다.

친정에 쉬러 내려왔는데 만날 사람들이 많네. 흐흐흐. 오늘의 날씨는 봄날과 초여름의 중간이었다. 가족봉사단 인연으로 만난 이모야랑 같이 바깥음식을 먹었다. 일부러 집 앞까지 데리러 오셨다. 3년 만에 보는 건데도 어색함은 하나도 없이 수다를 떨고 안부를 주고 받는다. 깔깔깔. 집에 오셔서 잠깐 나무도 보고 가셨다. 아가야를 안아보는 게 엄청 오랜만이라며 떨려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일터에서 시작된 우리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에 감사를. 백일이라고 보내주신 마음과 선물에 감사를. 맛있는 음식과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오늘에 감사를. 만나면 기분좋은 사람이 곁에 있음에 감사를. 모든 게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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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은근히 바빴던 오후.

엄마랑 같이 나무 목욕을 시켰다. 하나도 울지 않고 물놀이를 즐기던 우리 아기 기특하기도 해라. 엄마 아빠가 나가신 동안에 아기체육관에 데려다놓고 젖병을 씻고 열탕소독을 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도 널어야 하는데 아기는 나를 부르고 있었다. 응가를 했다며 찡찡찡. 운동 그만하고 싶다고 찡찡찡. 안아달라고 찡찡찡. 부랴부랴 소독을 끝내고 아기에게로 갔다. 귀염둥이는 안아줄 것을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오늘의 개인기는 다리를 더 번쩍 들어올리고, 손으로 장난감을 잡으려고 했다. 몸은 공벌레처럼 자주 말았다. 입에 넣은 쪽쪽이를 향해 손을 뻗는다. 아까는 분명 손에 있던 쪽쪽이가 어느새 입에 들어가 있었다. 쫍쫍쫍 소리가 나서 봤더니 입에 넣었네.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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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반, 저녁 약속이 있어 나갔다.

초밥 대신에 바다뷰를 보며 새우파티를 벌인 우리들. 국수까지 먹고 낮에 갔던 커피숍에 또 들렀다. 임신하면서 맛을 알아버린 바닐라라떼의 달달한 맛이 좋아 요즘도 자주 마시는 편이다. 내일이 없을 것처럼 호기롭게 저녁 커피를 마셨다. 크로플도 한 개 냠냠냠. 우리의 추억은 이렇게나 많은데 나는 어느새 아기엄마가 되어 있었다. 외할머니랑 잘 있어준 덕분에 수다꽃을 제대로 피우고 집으로 들어간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보니 벚꽃이 활짝피었다. 낮에 터진 벚꽃팝콘은 밤에도 참 예뻤다. 바닐라라떼 두 잔, 봄날, 벚꽃잎, 내 사람들, 추억, 그리고 우리들. 참 낭만적인 밤이다. 남편은 내일이 없을 것처럼 친구들이랑 놀고 있는 중이라던데. 신나게 노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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