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4월 4일 일요일,
2주 만에 만났음에도 별로 얘기를 많이 나누지 못하고 하루가 지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기는 우리 사이에서 쿨쿨쿨. 깨지 않게 소곤소곤 속닥속닥 비밀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의식의 흐름대로 떠오르는 대로 주거니 받거니. 나무가 꿈틀거리면 토닥토닥 두드려주면서 예쁜 꿈나라로 떠날 수 있도록 했다. 어느 정도 조용히 떠들다가 갑자기 잠든 밤. 그러다 3분의 1만큼 작아진 침대 크기가 불편했는지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곤 했다. 그 와중에 나무는 쩍벌남이네.. 셋이라서 아늑하고 따뜻하고 참 좋은데 왜이리 답답하냐. 지금까지 한 침대에 우리 셋이서 어떻게 잤냐. 아유.
.
6시 반에 맘마를 먹이고 거실로 데리고 나갔다.
나무를 엄마한테 맡기고 제대로 자기 위한 나의 큰 그림이었다. 비몽사몽으로 밖에서 들리는 나무 놀아주는 소리들. 덕분에 남편이랑 나는 편하게 자고 일어났다. 깨자마자 똥파티를 벌인 것좀 치우고 씻겨주고 얼굴도 닦아주었다. 집에 온통 참기름 냄새가 솔솔 풍기는 걸 보니 엄마가 김밥을 싸셨나 보다. 점심은 참깨라면과 김밥. 셋이서 라면 두 개를 먹기로 하고 내가 끓이기로 했는데.. 망했다. 계량도 없이 감으로 넣은 물이 너무 많아서 맹탕이 된 라면. 결국 한 봉지를 더 뜯어서 넣고, 세 국자를 퍼냈는데도 싱겁다. 라면은 불고 맛은 없고 아이참.. 그대신 전복과 치즈가 들어간 엄마표 김밥은 너무 맛있어서 한 줄 반을 먹어버렸다.
.
어제에 이어 흐린 날씨.
아기랑 나랑 남편은 다시 방에 가서 드러누웠다. 노곤노곤했는지 모두 쿨쿨쿨. 금방 돌아온 저녁시간에 또 먹는다. 이번엔 소고기뭇국, 가자미구이랑 문어숙회. 우리끼리 있으면 잘 먹지 않던 해산물과 생선들을 친정에 오면 정말 자주 먹게 된다. 그동안 안 먹었던 것들을 한 번에 먹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가 먹는 동안 혼자 잘 놀아준 나무도, 정성껏 뚝딱 차려주시는 엄마도 고마워요.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남편은 짐을 챙기고 다시 대구로 가야만 했다. 아기도 가만히 있는데 나혼자 찡찡찡. 호피 옷을 입고 있는 내게 ‘나만의 통영치타 이숭이’라고 달래주는 남편. 둘 만의 코드로 킥킥 웃고 잘 노네.
.
좋아하는 밈카페에 들렀다.
대구에 가기 전에 꼭 가는 곳. 나는 아이스 바닐라라떼를, 남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각자 취향대로 쿠키 하나씩을 쥐고, 추어탕집에 가서 2인분을 포장했다. 그대만의 치타를 다시 집 앞에 데려다주고는 빠빠이. 잘 지내다 2주 뒤에 만나요. 용감하게 밤커피도 마셨겠다 괜히 알록달록 그림이 그리고 싶어져 낙서하고 놀았더니 새벽 3시가 넘었다. 일기도 안 썼는데 아이참. 그래도 나무가 신은 양말이랑 장난감 그림이 귀여워서 나혼자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무는 배고프다고 낑낑낑. 허기짐에 빠는 속도가 빨라졌다. 낮에 뚫은 젖병 젖꼭지 구멍이 커서 목에 걸리는지 계속 켁켁거린다. 안 쓰러워서 못 보겠네.. 결국은 반 정도만 먹이고 다시 재우기로 했다.
.
좋아하는 것들을 마구 그리고 싶다.
알록달록한 것들, 귀여운 것들을.
내가 좋아하는 색들로, 내 글씨로 한 가득.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