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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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월요일,

용감하게 마신 커피는 새벽을 붙잡아버렸다.

그리고 눕자마자 떠나는 꿈나라 여행. 금방 아침이 왔고 엄마의 등장에 눈을 뜬다. 6시 40분에 맘마를 먹이고 나무는 내 옆에서 같이 자는가 싶더니 금방 깨서 혼자 눈만 꿈뻑이고 있었다. 아빠 식사상을 앞에 두고 모닝똥파티를 벌인다. 나는 응가를 치우고, 엄마 아빠는 응가 기저귀를 갈 때 쓰라고 비닐봉투를 큼지막하게 잘라주셨다. 역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더니. 나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속이 한결 가벼워졌는지 기분이 좋아보인다. 다시 자러 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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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월요대청소를 하시고 나랑 나무는 같이 잤다. 몇 번을 뒤척이다가 안아서 재우고 일어서서 재우고 눕혀서 재우고.. 그럴 때마다 무릎과 손목은 삐걱삐걱였다. 내 배 위에 올렸더니 엎드려서 자는 우리 아기. 나도 너도 배가 눌릴 텐데 괜찮은 거야? 푹 자고 싶었던 소망은 온데간데 없이 우리는 금방 깨고 말았다.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확인하고 현관문을 열어 본다. 보행기가 왔다! 아직 사용하기엔 조금 이르지만 곧 필요할 것 같은 보행기를 외삼촌이 쿨하게 사준 것이었다. 자, 조립을 해보자. 그런데 까만 건 글씨요. 하얀 건 종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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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순서대로 잘 하고 있었는데 링을 끼우지 않고 손잡이를 부착했다. 아무리 빼려고 해도 안 되네. 옛날에 번쩍번쩍 들던 힘은 어디갔나요. 이제 그냥 힘도 없는 약골 이숭이. 아기는 점점 커가는데 나는 과연 괜찮을까.. 오른쪽 손목이 아파서 아무리 잡아당겨도 그대로였다. 뭐 어쨌든 거의 조립을 끝내고 나무를 태워봤는데 아슬아슬하게 땅에 발이 닿는다. 불 들어오는 장난감에 눈이 똥그래지고 처음 보는 물건에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낸다. 귀여운 보행기 신발을 신고 다시 한 번 탑승. 어랏, 왜 뒤로 가는거야? 흐흐흐. 뭘 해도 귀엽네 우리 나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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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한창 나무랑 놀고 있을 때 나는 방에서 쉬고 있었다. 이제 졸린 것 같다며 나무를 방에 들여보내 주셨는데 그때부터 울어버린다. 배가 고픈 것 같아 맘마를 타서 주면 더 심하게 울고.. 졸린 건 확실한데 이렇게 안 달래지다니... 아빠도 나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둘이서 낑낑끙끙. 졸린데 안아주지 않았다고 엄청 우는 걸 보며 ‘점점 더 자기 의견이 확실해지는 구나’하고 느끼면서도 진땀나는 순간이었다. 아유. 다시 한 번 내 배 위에서 재우고 둘이 쿨쿨쿨. 꼭 이렇게 자야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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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조립해보는 보행기, 그리고 나무 목욕시키기, 세탁기 돌리고 빨래 널기, 젖병 씻기 등 집안일은 계속 돌아간다. 물론 엄마는 대청소부터 식사 준비와 설거지 등으로 더 바쁘셨지만. 아기 덕분에 실컷 웃는 하루들. 아빠 엄마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나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아기 웃는 모습을 보면 더 행복한 고슴도치맘. 아기가 좋아하는 토끼랑 곰돌이인형이 생각나서 그려본 밤. 얼른 아기 옆에 누워야지. 모두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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