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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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 화요일,
어젯밤에 일기를 쓰다가 콧물을 스윽 닦았는데 코피였다. 부랴부랴 휴지를 작게 돌돌말아서 콧구멍에 쑤셔넣었다. 때아닌 의문의 코피로 너무 늦게 자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배가 고픈지 나무는 꼬물꼬물 움직인다. 새벽 1시 50분, 울기 전에 맘마를 타러 갔는데 그새 울어버렸다. 그때부터 난리 난리였는데.. 졸린데 젖병 젖꼭지에서 맘마는 콸콸 나오지.. 배는 고프지.. 힘껏 먹을 수가 없지.. 방이 떠나가라 집이 흔들릴 정도로 운다.. 어떻게 해도 잘 달래지지 않던 그때 엄마 아빠도 우리 방으로 오셨다. 어르고 달래서 겨우 170ml을 먹이고 다시 쿨쿨쿨. 낮에도 엄청 울더니 식겁했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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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허기진 상태에서 나무 맘마먹이기 프로젝트 시작. 약간 배고픈 상태에서는 빠는 힘이 적당한데, 자다가 먹을 때 특히 너무 배가 고프면 힘조절이 쉽지않았다. 너무 많은 양이 나오니까 나무도 낯선지 힘들어하는 것 같다. 아유. 새 젖꼭지가 집에 오기 전까지는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 다행히 새벽 5시 반에는 천천히 먹고 트림까지 꺼어억하고 다시 눈을 붙였다. 엄마 아빠는 아침 일찍 부산에 가시고 우리 둘이서 코-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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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어디로 갔냐..
부스스한 머리에 빨간 볼 너랑 나. 11시쯤 눈을 뜬 나는 조용히 나와서 세수를 하고 맘마를 먹인다. 엎드려서 잘 줄도 알고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기 모습을 볼 때면 매번 새로운 감동을 느꼈다. 오늘도 청소랑 빨래 집안일을 하고 겨우 바나나 한 개를 집었다. 놀다가 자고 혼자두면 깨고, 또 자고 또 깨고. 손목은 너덜너덜. 나의 구세주 아빠 엄마가 오셨다! 3시에 먹는 첫 끼. 와ㅡ김치랑 밥만 먹어도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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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타이저로 먹은 밥, 곧 이어 저녁밥을 차렸다. 된장과 다시마로 낸 국물에 샤브샤브를 먹기로 했다. 청경채, 깻잎, 버섯, 양파, 마늘, 배추 등등 고기 못지 않게 야채도 많다. 아기체육관에 데려다 놓고 몇 숟갈을 뜨면 안아달라고 으으으. 보행기를 태웠더니 눈을 마주칠 수 있어서 좋은가 보다. 이제 이것도 싫다고 으으으. 돌아가면서 밥을 먹고, 돌아가면서 아기를 돌본다. 그시각 남편은 요즘 한창 빠진 목공놀이를 끝내고 집에 왔단다. 김밥을 달걀물에 부치고 김말이랑 군만두까지 제대로 분식이었다. 뭘 하는지 연락도 없고. 아주 신났네 신났어. 보나마나 유튜브보고 놀겠지. 크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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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첫 번째 봄.
언제 이렇게 컸을까.
기쁜 우리 행복한 날이여.
오늘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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