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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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수요일,

비몽사몽 이숭이.

남편이 일어났는지, 출근을 했는지 물어볼 정신도 없다. 겨우 문자 하나를 남겼는데 그마저도 오타세상이었다. 엄마한테 아기를 맡겨두고 쿨쿨쿨. 새벽 1시와 5시에 맘마를 잘 먹고 자는 나무. 엄마가 하루를 시작하시면서 잠든 나무를 내 품에 안겨주신다. 너도 나도 쿨쿨쿨. 좀 더 자주길 바랐지만 똥그랗게 눈 뜬 아기를 데리고 거실로 나간다. 역시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는 구나.. 쑥절편 두 개랑 보약 한 봉을 뜯어 먹는다.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는 다 불렀고, 이제는 텔레비전을 틀어야지. 화려한 화면에 눈길이 가는 나무는 내 무릎에 앉아서 잘도 본다. 그러다 졸린지 얼굴과 눈을 비벼댄다. 11시에 재우고 나도 옆에 같이 누웠다. 여전히 비몽사몽 우리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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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랑 튀김을 사 오셨다.

따끈따끈할 때 먹으라며 분식 꾸러미를 펼쳐 주셨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더니.. 떡볶이랑 밥이랑 먹는 사람 저요 저요. 임신 중에 떡볶이랑 호떡을 종종 먹었더니, 엄마 아빠는 분식트럭이 집 근처로 오면 내 생각이 나시는 것 같았다. 전화너머로 ‘통영 오면 떡볶이 사줄게’ 하셨다. 그리고 오늘 떡볶이 파티를 열었네. 배부르게 먹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나무야 첫 나들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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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유모차까지 싣고 우리는 동네를 벗어났다.

나무랑 처음 하는 나들이, 광합성놀이, 꽃놀이. 도남동 버스 종점에 튤립을 보러 가기로 했다. 차만 타면 잠이 드는 걸 보면 우리 아들 맞네. 첫 나들이에 아무 것도 못 보고 오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도착하자마자 눈을 뿅 떴다. 바닷바람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노랑 튤립, 빨강 튤립 앞에서 부지런히 사진을 남겨본다. 오늘도 등장하는 ‘오롤로로로로로로’ 소리. 나무를 향해 외치는 소리였다. 강렬한 햇빛에 눈이 부신지 눈을 질끈 감는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 옆을 걷는 날이 오다니. 짧지만 강렬한 외출이었다. 꿀빵 한 팩 댈롱댈롱 사 들고 집으로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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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마자 목욕을 시켰다.

어째 좀 불안하다 했는데 머리 감을 때 소리를 지른다. 머리 헹군다고 물 좀 부었더니 또 뭐라뭐라..이래놓고 탕에 들어가면 좋아하더라. 올로롤로로로로 노래를 부르며 목욕이 끝나고 나면 이젠 로션 얼굴에 바르기 싫다고 뭐라뭐라, 옷 입기 싫다고 뭐라뭐라, 빨리 안아주라고 뭐라뭐라. 한숨 돌리던 찰나 졸리다고 배고프다고 뭐라뭐라. 너무 울어서 젖병도 싫다더니 160ml을 다 비웠다. 엄마랑 나는 녹초가 되고 말았다. 잘 자던 나무는 금세 또 깼네. 아유. 엄마는 깨죽 한 솥을 끓이시고는 다시 재우기에 돌입했다. 엄마랑도 자고, 그 다음엔 나랑도 자고. 잠오면 깨지말고 계속 자라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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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기체육관도 5분~10분 정도 밖에 효과가 없다.

안아달라고 으으. 걸으라고 으으. 이 작고 귀여운 아기가 말을 못 할 뿐이지 표현하고 있는 게 웃기고 신기하네. 조금 피곤하기도 하네.. 흐흐. 다행히 새로온 젖꼭지 m사이즈는 잘 맞아서 별 탈없이 먹일 수 있었다. 먹이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평화로웠던 시간. 180ml을 먹고 세상 순둥이가 되어 방글방글 웃고 떠들다 자러갔네. 외할머니랑 잘 자고 내일 만나.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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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어제 오늘 킹덤 정주행을 했다.

밑반찬을 만들기 위해 장을 보러 간다고 해서, 편하게 그냥 햄버거나 사 먹으라고 했다. 헤헤. 바로 실행하는 불도저같은 남자여 오늘도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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