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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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수요일,
계획은 계획일 뿐.
하루 연차를 낸 남편과 함께 아기 예방접종주사를 맞으러 가기로 했다. 우리의 목표는 9시 반에 집을 나서는 것. 하지만 6시 반에 맘마를 먹이고 다시 잠든 우리는 9시 20분에 눈을 떴지. 빛의 속도로 챙긴다 해도 10시가 되겠지.. 외출 시간과 맞물린 나무의 맘마시간. 먹였으니까 트림도 시켜야 하고, 챙겨야 할 것들도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비록 한 시간이나 늦었지만 모처럼 늦잠을 자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 회사갈 때 평일에 쉬는 즐거움이란.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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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에 도착해서 몸무게와 키를 쟀다.
143일된 나무는 8.7kg, 키는 70cm란다. ‘8.5kg는 되겠지’ 했는데 그새 더 자랐나 보다. 어쩐지 무겁더라 헤헤. 다행히 대기하지 않고 바로 진료를 보고 나왔다. 어제부터 ‘주사 꽁! 맞고 오자’하면서 잘 달랬지만, 따꼼한 주사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닭똥같은 눈물이 또르르. 배가 부른 상태라 먹는 약도 몇 번을 나누어서 삼켰다. 혹시나 게워낼 수도 있어서 의자에 앉아서 쉬다가 가기로 한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나무를 향한 시선들이 모아졌다. 간호사 선생님 한 분이 오셔서 노란 양말을 신은 나무에게 말을 걸었다. ‘피는 통하니? 양말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 그 말을 듣자마자 남편이랑 나는 웃음이 터졌네. 으하하. 아무튼 잘 크고 있는 것 같아서 안심을 하게 되네. 주사 꽁! 무서웠을 텐데 정말 잘했어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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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에 갔다가 대기시간 때문에 다시 돌아왔다.
그 다음 할 일은 당근마켓 거래. 보고 싶은 이유식 책이 있어서 쿨거래를 하고 왔다. 부디 책을 잘 활용하는 내가 되었으면. 부디 책이 장식품이 되지 않기를.. 다시 피부과에 들러 약을 처방받았다. 나의 미칠듯한 가려움을 잠재워줄 든든한 존재. 약보다는 원인을 찾아야 하겠지만, 약을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도 괜찮아지는 것 같네. 영화 ‘리미트리스’에서 복용하는 신약은 뇌의 기능을 우수하게 만들어주는 건데, 이 약도 그런거면 좋겠다. 나 좀 똑똑해지게.. 남편은 놀다 오라고 했는데, 밥도 못 먹고 둘이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모습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저절로 집으로 향했다. 실은 밀가루를 참고 있어서 그런지 어디든 갈 마음이 안 생기네. 카페가기 좋은 날인데 현실은 컴백홈, 커피보다는 밥이야. 둘이서 떡국을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오후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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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와 빨래는 오늘도 계속 되네.
주사를 맞고 온 아기는 생각보다 잘 놀고 기분도 좋아보인다. 책읽기, 콩가지고 놀기, 아기체육관과 모빌,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내 품에서 잠이 들었다. 힙시트에서 재운 건 처음인데, 내 몸에 딱 붙어있는 이 느낌이 너무 좋더라. 온기를 나누는 사이, 남편은 장을 보고 지인으로부터 장난감 한 개를 받아왔다. 와, 우리집은 누가 봐도 아기가 있는 집이네. 온통 알록달록햐. 잘 가지고 놀아보자 귀염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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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 들렀지만, 내가 ‘밀가루를 안 먹는다’는 이유로 아무 것도 안 사온 의리남. (실은 낮에도 빵과 통닭, 햄버거 때문에 몇 번이나 유혹에 넘어갈 뻔함). 그와 저녁으로 대패삼겹살과 버섯구이를 먹었다. 장난감을 닦고 고치느라 바쁜데 아기는 우리를 틈틈이 불렀다. 침은 쉬지 않고 계속 흐르고, 침독은 너무 심해져서 입 주변이 헐 정도로 빨갛게 변했다. 약국에서 사 온 약이 효과가 있었으면. 분명 10시까지만 해도 나무가 잠들었길래 여유로운 줄 알고 기뻐했는데.. 왜 깬거니.. 다시 데리고 나와서 놀아주는데 시간이 다 가버렸네. 일기도 12시 전엔 다 쓸 수 있을 줄 알았지.. 놀고 싶지만 자러가야지. 아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