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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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목요일,
졸면서 일기를 쓰고 1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다.
얼마 후 2시 반쯤 나무가 우애앵 운다. 11시에 10ml 밖에 안 먹었으니 배가 고팠겠지. 허겁지겁 먹을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 방이 떠나가라 꺼이꺼이 울었고 맘마는 먹기 싫단다. 맘마를 먹이려 눕히면 울고, 젖병을 입에만 갖다대면 더 크게 운다. 내가 달래도, 남편이 달래도 속수무책이었다. 30ml 먹었나.. 겨우 겨우 달래서 다시 잠들었지만, 속상하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밤을 맞이했다. 접종과 침독때문에 몸이 힘들었을 거라고 예측만 할 뿐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는 나는 아기를 쓰다듬어주는 것 밖에 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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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남편은 이미 출근하고 없었다.
나무야, 우리 저녁까지 파이팅해보자! 어제 저녁 7시 이후로 안 먹은 거나 다름없으니 다행히도 맘마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휴우. 배가 부른지 기분이 좋아보이네. 침독은 여전히 진행 중. 이 예쁜 얼굴에 침독이라니.. 잠깐만 스쳐도 쓰라린 피부인데 아기 볼과 입, 턱과 목까지 침독이 번져서 울긋불긋하다 못해 헐었으니 얼마나 아플까. 침을 깨끗이 닦고 연고를 발라준다. 조금이라도 가라앉기를 바라며 슥슥슥. 날씨까지 흐려서 나무는 3시간이나 자고 일어났다. 뭔가 불편하다는 듯 보채길래 체온을 재어봤더니 38도였다. 온몸이 뜨끈뜨끈하다. 이게 바로 접종열일까. 그때부터 긴장한 나는 옷을 다 벗기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온 몸을 닦았다. 힘도 없는지 축 처진 모습도 괜히 짠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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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도 잊고 아기를 돌봤다.
최대한 기분이 나빠지지 않도록 안아주고 달래주고 쓰담쓰담해줬다. 웃겨주기도 빼먹지 않았지. 집에 있는 옷중에서 제일 얇은 옷을 꺼내어 입혔다. 눈에 띄게 점점 열이 내려가는 게 보인다. 아기는 맘마도 조금 먹어주었고, 놀기도 잘 놀아줬다. 혼자 뒤집어서 바둥바둥 놀고, 의자에 앉아서 놀고, 장난감 가지고 놀고. 이제야 여유가 생겼는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오후 4시, 늦은 아침 겸 점심이지만 양념불고기랑 들깨죽과 밑반찬으로 제대로 먹었다. 고기에 통마늘이랑 청양고추 넣어서 굽기. 휴, 이제 살 것 같네. 아기가 놀다 자는 틈을 타 빨래를 개고 설거지랑 열탕소독, 바닥을 쓸고 닦았다. 나무야 고마워. 괜찮아져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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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퇴근하자마자 부모님 일을 잠깐 도와드리고 왔다. 그의 손에는 김밥 봉지가 댈롱댈롱. 저녁을 패스하려다 참치김밥과 소불고기김밥을 먹었다. 서로 고생했다며 다독이는 밤. 쉰내나는 몸을 씻고 말끔해진 모습으로 거실로 향했다. 아기는 우리 품에서 신나게 놀고 꿈나라로 떠났다. 말로만 들었던 접종열을 직접 겪어보니까 초보엄마는 괜히 겁이 나더라. 열은 내려갔고, 기분도 괜찮아보이는 나무 모습에, 사랑스러운 미소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밤. 감사하는 마음을 더 자주 가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밤이다. 건강하자, 아프지만 마라 아가야, 여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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