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30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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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금요일,

1시에 맘마를 먹고 6시에 맘마를 먹었다.

아기도 나도 금방 다시 곯아떨어진 사이에 남편은 조용히 챙겨서 회사로 갔다. 차 시간때문에 열탕소독을 못 해놓고 왔다며 미안하다는 문자가 와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흐흐흐. 너무 무서운 꿈을 꿨다. 고등학생인데 아기도 있고, 차도 있고 운전도 한다? 한 변태선생을 고발하고자 교무실로 시위를 하는 학생들때문에 단번에 해고됐다. 복수의 칼을 갈던 그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님 우리반 학생들을 모두 죽이는 꿈.. 나는 그의 차에 치여 바다에 빠졌는데 살았네. 휴우. 어제는 긴장백배 줄넘기 시험도 치던데. 나는 요새 뭐에 쫒기고 있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꿈에서 아주 난리가 난다. 꿈이라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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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자다가 더웠는지 등이 축축했다.

미열도 사라지고 컨디션이 좋아보이길래 큰 결심을 해본다. 나 혼자서 목욕을 시켜보자! 목을 가누지 못해서, 귀에 물이 들어갈 것 같아서, 혹시나 칭얼거리거나 돌발상황이 생길것 같아서 등 여러 이유로 꼭 남편이랑 같이 씻겨야했다. 그러나 며칠이나 못 씻은 나무가 불편할까 봐 얼른 씻겨줘야겠다는 생각에 용기가 생겼다. 더군다나 남편은 오늘 늦게 들어온다고 하길래 더 이상은 미룰 수가 없었다. 큰 욕조에 물을 받고 조심히 의자에 앉혔다. 헤어캡 덕분에 평화롭게 흘러간 목욕시간. 시간은 훨씬 걸렸지만 울리지 않고 잘 끝낸 것에 굉장한 의미를 둔다. 짝짝짝. 뽀송뽀송 나무가 기분이 좋네. 개운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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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컨디션이 돌아왔다.

어제 435ml 밖에 안 먹었는데 오늘은 곧잘 먹는다. 작은 소리와 시선을 끄는 행동에 자주 웃었다. 별다른 장난감을 주지 않아도 잘 놀았다. 나무는 작은 베개나 손수건을 들었다가 자기 얼굴 위에 올려놓는 걸 좋아한다. 반 이상 시야를 가리고, 코와 입을 가려서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을 좋아하나..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부러 얼굴 위에 손수건을 덮는다. 그리고 즐겁다고 발을 뻥뻥차고 신나는 나무. 이게 뭐라고 귀엽고 웃긴지. 종종 모빌을 보다가 뒤집기를 하면서 침을 엄청나게 흘린다. 역류방지쿠션보다 길어진 몸을 바둥바둥거리다가 탈출한 것도 2번. 의자가 부러질 듯 몸을 뒤로 젖혀서 튀어나가는 것도 여러 번. 새콤새콤 냄새와 함께 열린 똥파티. 쌩쌩해져서 나도 기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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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청소를 했다.

아기 빨래, 수건 빨래, 열탕소독과 청소기 돌리기 등 만으로 시간이 잘 간다. 졸려하는 나무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그대로 낮잠 3시간을 자다니. 다시 체력이 좋아졌는지 엄청 활발하게 놀았다. 밤 9시가 넘어서 잠들어서 드디어 자유시간이 생겼다고 좋아했던 것도 잠시, 30분 만에 깬 아기는 12시까지 놀다가 겨우 잠들었네.. 라이브방송에서 웃다가 울다가 기분이 아주 오락가락해. 손빨고 발빨고 바쁘다 바빠. 회식을 하고 온 남편은 생각보다 일찍 집에 왔다. 어쩌다보니 씻고 나온 그에게 바로 바통터치를 했네. 왜 일기는 비슷한 시간에 적어질까. 오늘 정말 여유로웠던 거 같은데.. 아무튼 무탈하게 잘 놀고 잘 먹고 잘 잔 나무의 하루가 감사해지는 밤. 4월도 잔잔하고 행복하게 잘 보냈다. 우리의 5월은 지금처럼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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