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5월 11일 화요일,
밤 열 두시에 맘마를 먹이길 잘했지.
아침 8시까지 푸욱 잔 나무덕분에 남편도 나도 잘 잤지. 아기는 요즘 눈 앞에 있는 것들을 향해 손을 쭈욱 뻗는다. 누워서 맘마를 먹고 있을 때 고사리같은 두 손이 내 얼굴 쪽으로 손을 뻗더니 볼, 코, 입, 이마를 부지런히 만진다. 작은 것 하나에도 코끝이 찡해지는 엄마 이숭이. 한참동안 눈을 마주치며 웃는 이 순간이 벅차게 행복해진다. 너에게 나는 큰 세계임을, 절대적인 존재임을 잊지 않으리라. 그나저나 반쯤 벗겨진 양말은 또 왜 이리 귀엽냐. 매일 만나는 귀여운 포인트는 한 두가지가 아니네. 이렇게 사진첩이 꽉 찼습니다.
.
우리는 한 시간을 놀고 한 시간을 잤다.
흐린 날씨엔 늦잠이 좋은데.. 거실에 나가서 놀자! 어김없이 등장하는 모빌과 딸랑이, 알록달록 책들. 맘마를 먹었으니 앉혀놓은 의자에서 탈출하는 탈출왕 나무. 빠져나가는 방법도 아주 여러가지여. 의자는 저만치 날아가고, 집어든 딸랑이는 이마에 떨어뜨려서 울고. 안아달라고 울고. 왜 갑자기 보채기 시작하는 걸까. 낮잠 30분을 자고 일어나 본격적으로 우는 나무. 오후 2시쯤 후다닥 점심을 먹고 다시 나무를 달래보는데 달래지지가 않네.. 허리가 찌릿할 만큼, 피곤하면 느껴지는 발등 통증은 점점 아프지만 그럼에도 참아내게 하는 건 아기의 울음과 웃음이었다.
.
왜 이렇게 힘들게 우는지 걱정도 되고, 궁금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입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랫니 하나가 뾰족 나온 걸 보고 그제야 아기를 향한 지쳤던 마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 이앓이였구나. 말로만 듣던 공포의 이앓이를 아기는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생살을 찢고 나오는 이가 얼마나 아팠을까. 태어나면서부터 온갖 고통을 다 겪는 아기가 짠해지네. 나 역시도 녹초가 되긴 했지만, 그때부터 ‘왜 울까’ 전전긍긍하던 마음이 ‘그저 안아주자’로 바뀌었다. 이 아기에게 필요한 건 엄마의 품일 테니까. 그나저나 이는 천천히 나도 되는데.. 아이코.
.
기분전환이라도 되었으면 해서 목욕을 시키기로 했다.
아기욕조에 물을 받고 나서 아기랑 눈을 마주치는데, 그렇게 꺼이꺼이 울던 아기는 나를 보며 웃는다. 어쩌자고 나를 울리니.. 아플 텐데 엄마 앞에서 싱긋 웃는 아기를 보는 순간 ‘엄마가 더 강해져야 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우리의 물놀이가 끝나자 남편이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내 걱정에 부랴부랴 달려온 그 사람이 고맙고, ‘집에 가면 아기 볼게’하고 보낸 문자도, 골고루 사온 김밥도 고맙다. 효율적인 육아를 위해 저녁은 김밥으로 대체. 왕뚜껑이랑 같이 먹다가 본 광경. 탈출하던 나무의 뒷모습, 엉덩이에는 카키색 응가가 새어나왔네. 아이참. 둘이서 으쌰으쌰 치운 뒤 돌아가는 집안일. 빨래 개기, 빨래널기, 설거지, 젖병소독 등등. 둘이라 다행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 대신에 아기를 돌봐주는 남편에게 감사를. 매일매일 도전을 하는 우리 아기에게도 감사와 응원을. 157일 아랫니 하나 뿅 나오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