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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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수요일,

나무는 자다가도 몇 번을 울었다.

무서운 꿈을 꾼건지 이앓이때문인지는 몰라도 세게 울음을 터뜨렸다. 이제 막 잠들었는데 깨고 깨고 또 깨고. 우리 이제 애기 아빠 엄마 다 됐네! 아기 울음 소리에 벌떡 일어나고 자동이여. 2시 이후로는 내가 깊이 잠들었는지 우는 소리를 듣지 못 했다. 그렇게 9시까지 자고 일어난 우리 아기. 오늘도 예쁜 미소로 인사를 해줘서 고마워. 폭풍같은 밤이 지나가고 맑고 쨍쨍한 날이 시작되었다. 안녕 아가야. 기분이 좋은지 방글방글 웃는 나무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댄다. 아주 남겨서 계속 꺼내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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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넘게 놀다가 잠든 틈을 타 일찍 점심을 먹는다. 김밥도 먹고 싶고, 김에 밥도 싸 먹고 싶은데 뭘 먹지? 결국 어제 남편이 사다 준 참치김밥 반 줄을 데우고 반 그릇은 김에 싸서 먹었다. 쾌변두유도 후루룩. 일찍 챙겨먹으니까 힘도 뿜뿜 솟는 것 같고 무엇보다 여유롭다. 아기가 깼는데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다시 놀아줄 힘이 충전되었나 보다. 손을 마구마구 뻗더니 턱을 꼬집어서 피가 났네 아이참.. 나무는 손수건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는데, 특히 얼굴 반 쯤을 덮어서 약간 숨이 막히는 그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다. 헉헉대는 소리에 급히 치워보면 웃고 있는 걸 한 두번 본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턱받이도 얼굴을 덮더니.. 이젠 턱받이를 얼굴에 덮고 입으로 욤욤욤 물고 있었다. 뭐하냐 진짜.. 반쯤 가려진 채 입에 폭 들어간 모양이 웃겨서 또 카메라를 꺼냈다. 아, 매력적이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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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에 태워놓은 채 집안일을 시작했다.

가볍게 설거지부터 하고 먼지털기, 청소기 돌리기, 젖병소독 분유포트 물 끓이기, 그리고 바닥 닦기. 사소한 일이지만 아기를 돌보면서 한꺼번에 하기엔 쉽지 않은 일들이었다. 아기에게 자주 얼굴을 보여주면서, 눈치게임을 하듯 계속 청소를 했다. 다행히 바닥을 두 번 닦을 시간과 걸레를 빨 시간도 주었다. 그리고 샤워할 시간까지 주다니. 후다닥 머리를 감고 씻고 나와서 따뜻하게 포옥 안아주었다.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우리 나무가 잘 놀아줘서 엄마가 청소도 하고 깨끗이 씻었다고.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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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동네언니네 부부를 만났다.

로제떡볶이, 파스타, 피자 등등 후보들을 제치고 고심 끝에 고른 메뉴는 중국집. 알고보니 세 사람은 간짜장을 좋아하네. 나는 볶음밥/탕수육 매니아. 무알콜맥주로 다같이 건배! 흐흐흐. 귀여운 곰돌이 가방을 메고 온 아기는 오늘도 정말 사랑스럽다. 심지어 아기가 아기를 돌봐준다. 자기보다 작아서 그런지 아기에게 장난감을 흔들어주거나 쪽쪽이를 쥐어주려 했다. 귀여운 쓰담쓰담도 해주는 고마운 아기. 모임을 하면 늘 아빠들이 바쁘지만, 그 덕에 언니랑 나는 편하게 쉰달까. 괜히 바람 좀 쐬고 오라며 카페까지 보내고 둘이서 속닥속닥 깔깔깔. 아무튼 즐거웠다고. 주고 받는 문자에는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아기들은 꿈나라로 갔다는 내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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