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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에서 온 손님

토론토에서 30년전의 인연이 방문하다 

by 김병태 Mar 23. 2025

캐나다는 밴쿠버를 제외하곤 다 겨울이 길고 춥다.  온타리오에서 살때 부활절이 지나면 무조건 날씨가 추워도 봄이라고 생각하고 산다.  그래서 봄에 꽃을 보기가 어렵기도 하다.  여름이나 되야 제대로 꽃을 보게 된다.  그래서 겨울에 캐나다에 처음 온 사람들은 캐나다에 정을 상대적으로 덜 붙인다.  이국땅에 첫발을 내딛어 마음을 펴지 못했을때 날씨마저도 추우니 그 움추림이 2배가 되기때문이다. 그래서 그 휴유증이 평생을 간다.  기회만 되면 캐나다를 떠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봄에 왔거나 여름에 와 캐나다의 그 좋은 자연환경을 누려본 사람들은 그 첫해의 행복한 기분이 평생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사는 내내 캐나다 좋지 ! 하고 평가한다.  움추린 마음을 그 계절의 좋은 환경이 보살펴주어 0 으로 시작하니 말이다.  겨울은 - 2 로 시작하는 셈이다. 


나는 정식으로는 1996년 12월초에 토론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우리에게 캐나다의 시작이 좋았던 이유는 좋은 선배들을 만났기때문이다.  아내의 대학선배를 1996년 가을  답사차 왔을 때 우연히 토론토에서 보게 된다.  아내의 학교방송국선배인 그분은 아내가 대학후배라고 늘 잘해줄려고 한다는 좋은 감정이 지금도 남아 있다.   얼마전 은퇴를 하고 지내시는 이 분이 며칠 밴쿠버에 와서 보내고 싶어 한다기에 혼쾌히 잠은 재워주겠노라고 답한다.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한국으로 휴가를 가는 직원의 부재를 메꾸는 일을 부탁해와 출근할 수 있게 됨에 기뻐하는 시간과 겹친다. 


월요일에 와 금요일새벽비행기를 타고 돌아간다.   3월내내 비만 오더니 공항가는 날 마침 날씨가 좋다.  밴쿠버에는 나만의 안내관광코스가 있다.  공식적으로 많이 가는곳은 교통편도 좋고 모바일로 잘 안내가 되어 있어 보통은 알아서 잘 다니시라하지만 그래도 동네사람만이 아는 비경들이 있지 않은가 !  그런곳을 다녀본다.  이제 막 작게 피기 시작하는 벛꽃을 보려주려 케리스데일이라는 부촌을 방문한후에 퀸 엘리자베스팍을 지나 다운타운에 간다. 개스타운을 방문해 증기시계의 증기뿜어내는 소리를 듣고 스탠리팍을 돌아보고 한인타운부근으로 와 산, 바다, 호수를 본다. 버나비마운틴의 중턱에 올라가 아름다운 전망을 찍고  내해에 해당하는 록키 포인트 팍으로 간후에 10분이내로 한바퀴를 돌 수 있는 Mundy Lake Park 을 돌면 나의 코스가 끝난다.  공항에서부터 집에까지 오는데 정확히는 3시간이면 다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마음껏 개인관광을 권한다. 


나는 이분때문에 답사차 온 가을의 그 아름다운 분위기를 겨울에 앞서 기억한다. 그래서 캐나다가 좋다.  하지만 이분은 말한다.  겨울이 너무 길어. 겨울이 너무 추워. 겨울이 싫어.  그래서 자녀들이 있는 토론토보다도 한국이 가깝고 따뜻한 밴쿠버에 살면 어떨까해서 답사온것이다.  30년전에 따듯하게 맞아주고 공원에서 바베큐를 해준 그 기억들이 나로 캐나다에서 버티게 해준 좋은 추억이 된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안하다가 하게된 일의 와중에도 함께 보낸시간으로 인하여 녹초가 된 4박 5일을 보내고 금요일 초저녁에 쓰러져 토요일아침까지 실컷 자고 이제서야 브런치를 제대로 보게 된다.   


하지만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은 좋은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다.  사람사는 곳은 다 마찬가지이다.  먹고사는 문제로 겹치게 되면 갈등이 생긴다.  유난히 친절한 사람을 조심하라고 하는 얘기가 보통인게 이국의 삶이다.  내 주머니를 노리려고 친절하다는 뜻이다.  그분으로부터 친하게 지내던 이들이 먹고사는 문제가 겹쳐지면서 갈등상황에 놓여 그 중간에 끼여 힘들다는 소리를 듣는다.  갈등관계에 놓인 이들이 양자를 다 아는 중간에 끼인 이에게 하소연을 하는데 무슨 팔자로 그 소리를 듣고 사는지 토론토에서 겪고 있는 일을 밴쿠버에 와서 내게 이야기한다. 나도 그 분들과 다 친하게 지낸 사이다.  남의 일이 아닌것이다.  그래서 나도 여기서 오래 살면서 꼴보기 싫은 사람들이 많다.  그 아픔을 간직하고 살때는 쉽게 나쁜 마법사가 된다. 저주의 지팡이를 휘두르고 분노의 주문을 하게 된다.  너무나 흔한 일이다.  그래서 더 고국을 조국을 한국을 사람들이 그리워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안다.한국이라고 다를까 ! 사람사는데는 다 비슷할 뿐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 관계를 유지하는 마법을 배우고 깨닫고 알아야 행복하다.  


그래서 분노를 내려놓고 아픔을 내려놓고 가시를 다듬어 마법의 지팡이를 쓰는 좋은 사람이 내가 되면서 주변의 사람들을 좋게 보게 되고 그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 된다.  그러면서 좋은 마법사가 되어간다.   그래서 분노의 지팡이, 저주의 지팡이, 상처의 지팡이를 뿌러뜨리고  다른 나무가지로 사랑,희망,친절, 다정의 지팡이를 이제라도 만들어나가려 한다.  그래야 좋은 마법사가 될 것 아닌가 !   


세상은 넓고 아름다운 자연, 멋진 환경을 자랑하는 곳은 많다. 내가 오랫동안 산 캐나다도 그 중의 하나이다.  치매엄마로 인하여 한국의 산하를 살아가면서 한국의 가을이 여전히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았다.  결국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속에 살아가는 이들이 결국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나도 그 한사람의 마법사가 되어 내 주변을 좋게 가꾸며 오늘을 살아간다.  동토에서 온 손님을 맞으면서 좋은 마법사가 되어 가리라 다시 한번 다짐한 아름다운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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