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엄마와 보내는 여정에서 만나는 행복 -
1963년에 태어나 다양한 시대를 멋모르고 살아왔다.
한국에선 사람이 흔해서 사람을 제대로 대접하지도 대접받지도 못하면서 산 시대를 겪었고 이제 아이들이 귀해지면서 겪게 되는 온갖 스토리들을 듣고 있다.
그럼에도 치매중인 엄마와 함께 하기 위해 방문한 이제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쇠락한 노인의 도시로 변모한 일산신도시 옆에 풍동이란 마을에서 시간을 보낸다. 1992년에 일산신도시가 입주할 때 이 도시에 왔다. 온갖 공사중이던 도시이다. 그리고 가끔 방문할 때마다 도시의 나무들이 꽃들이 호수공원이 좋아지는것을 보면서 일산이 많이 좋아졌다고 느끼는 시절을 보낸다.
엄마를 돌보기 위해 살기 위해 와 보니 일산은 이제 낡아져가는 노인도시가 된다. 하긴 30년전에 입주한이들이 중년의 나이일텐데 그대로 산다면 이제는 70 노인이 되었을게다. 사람만 나이를 먹는게 아니라 도시도 늙어간다.
엄마는 백마역주변의 풍동에 산다. 내가 젊은시절에는 신촌에서 기차를 타고 백마역에 오면 각종 카페가 발달한 동네였다. 이제는 어디나 그렇듯 아파트촌으로 변해 있다. 일산개발이 끝나고 그 옆을 개발하면서 새로 개발된 20년정도 된 동네이다. 백마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들어와야하는 동네이다. 그럼에도 일산과 달리 풍동은 활기찬 동네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 때문일까 ! 노년층도 중년층도 젊은이들도 적당하게 살아간다. 얘들도 많고 초, 중,고등학교도 여러 개 있다. 넓은 땅들에 새로 짓고 입주하는 아파트들도 있어 젊은 세대가 많이 들어오니 엄마 때문에 이 동네를 살아보면서 살만하네 생각하며 산다.
엄마의 집은 11평짜리 아파트이다. 혼자살기엔 충분한 공간이다. 하지만 둘이 살기엔 작다. 엄마가 거실겸 안방을 쓰고 있어 작은 방에 거주한다. 작은 싱글침대와 작은 책상을 집어 넣으니 방이 꽉찬다. 50대후반에 시작한 생활이 만 2년을 지나고 이제 봄에 다시 한국에 가면 3년째이다.
첫해는 정말로 마음이 힘들었다. 엄마는 치매지 벌어놓은 돈은 없지 하던일은 다 내려놓고 아내보고 직장생활계속하라고 하면서 시작한 생활이다. 아내와 아들들이 도와줘야 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마음이 참 힘들었다. 두번째해는 아들들에게 좋은일들이 생긴다. 그래서 위로가 된다. 그래서 버티어냈다. 세번째해인 올해는 결정을 해야한다. 장기플랜을 세울지 아니면 포기하고 나의 삶을 살아야하나를 결정해야한다. 미국의 선배를 만나니 당시 이렇게 조언한다. 한국에 가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요양원에 들어갈 수 있는 등급을 받아 요양원에 모셔 놓고 와서 계속 일을 해. 그러기에는 나중에 내가 후회할 것 같아 나를 위해서 그렇게 못했다. 안했다. 65세부터 연금이 나와서 일을 50대후반에 쉬니 그 몇년이 제일 힘들다고 하는데 그 시기를 보낸다. 서류상 나이가 어리게 되어 있어 젊을때는 좋았는데 이제는 손해가 된다. 그래서 연금까지 앞으로도 5년을 더 버티어 내야한다. 나를 이해해준 아내와 애들이 지금도 고맙고 미안하다.
3년차인 지금은 훈련소에 온 느낌으로 산다. 좋은 마법사훈련원에 신이 보내주셨다고 받아들인다. 그러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엄마와 살때 아내가 그립고 아들들이 보고 싶어도 훈련원생활중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하우스생활에 이 브런치를 쓰는 넓은 책상도 있어 밴쿠버에서는 카페를 거의 갈 일이 없다. 아내와 함께 데이트를 하거나 지인들을 만날때나 가는 장소가 카페이다. 하지만 엄마집에 오면 방이 너무 좁아 답답하니 카페에 가게 된다. 넓은 탁자가 있는 스타벅스에 가격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는 커피를 먹으면서 굳이 간다. 탁자에서 읽거나 쓰거나 컴퓨터를 만지고 있으면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 왜 까페가 발달하는지 몸으로 체험한다. 다이소가 가까이 있어 왜 다이소가 가까이 있으면 살기 편한지 이해한다. 한국인의 일상을 방문자의 입장에서 보는것도 삶의 한 묘미이기도 하다.
8순의 치매의 여정을 걸어가는 노모와 함께 하는 시간은 불행한듯해도 그 속에서 삶의 살아가는 면을 새롭게 배우고 적응해 왔다. 그러면서 겉보기에는 불행한 듯 해도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 나가는 방법을 배운다. 그래서 현실의 눈으로 보면 삶은 인생은 척박한듯 보이지만 마법사의 눈으로 보면 인생은 마술이 펼쳐지는 살만한 땅이 된다.
나이 60에 마법사훈련원에 입소해 살고 있는 삶이 고맙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