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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희 Sep 08. 2021

서툰 날 끝에

서툰 감정

   갓 20대가 되고는 그동안 몰랐던 감정이 이 세상에 이렇게나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또 이렇게나 많은 감정을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에 놀라기 바빴다. 아마 느끼는 세상이 급격히 커지면서 새로이 느껴야 할 감정 또한 급격이 많아지게 된 듯했다. 그리고 세상이 커진 만큼 함께 20대가 된 주변에서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들 중에는 10대 때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가지고 삶을 이끌어가기 시작한 경우도 꽤 많았다. 가장 가깝고도 가장 마주하기 어려웠던 '나'라는 크고도 알 수 없는 세상을 마주한 지금, 그들 중 10대 동안 의사표현에 서툴고 모든 걸 속으로 담아 삭혀내왔던 유형, 그 유형에 속한 두 명이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하던 모습을 지켜보던 때가 유독 생각이 난다.



   싫음도 좋음도 아무런 의사도 말하지 않던  아이는 싫은걸 싫다고 말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의견보다는 ‘좋다. 괜찮다.’라는 말들을 주로 하며 모든  맞춰주던 아이도 자신의 취향을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 둘은 직설적이고 거칠게 한 마디씩 내뱉기 시작했다. 마치 서툰 표현 탓에 의도와 달리 거칠게 행동하여 친구를 울리는 어린아이들처럼 말이다. 그들은 그동안  번도 표현해  적이 없어서, 그래서 자신의 의사를 부드럽게 말하는 법을 연습해  적이 없었던 거다.


   “뱉고 나면 내가 놀라.”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들 역시 이 문제를 인지하고 고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이들과 달리 색깔이 진했던 나는 좋은 건 좋다 이런 건 불편하다고 표현하며 희로애락을 분출했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취향 따위 말고, 오로지 내 내면의 약한 소리, 내면의 약한 감정 따위는스스로가 알아주지 않고 살았던 게 아닌가, 지난 날을 돌아본다. 과연 언제나 괜찮은 줄, 아프지 않은 줄 알지 않았던가. 씩씩하고 강한 스스로를 대단히 여기기씩이나 하면서 말이다.


/////<추가 요망>


   이제 스스로의 진실한 감정을 깨우치고 그 감정 흐름을 잘 타보기로 했다. 스스로가 알아주지 않아 치유받지 못했던 감정들을 들어주고 아껴주려고 한다. 이제 오랜 시간 켜켜이 먼지 끼인 감정들이 조금씩 먼지를 털고 나오기 시작한다. 아마도 그렇다. 그리고 받아 내 본 적 없는 감정들을 받아내는데 서툰 내가 있다. 서툴게 흔들리는 내가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문제를 인지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 초반 표현이라는 숙제를 얻은 둘은 지금 뾰족했던 모서리들을 예쁘게 깎아내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들로 근사하게 변화했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마음을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드러내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작한 지금. 스스로를 위협하려 드는 날카로운 칼날이, 서툰 감정들이, 언젠가 탄력 좋은 뭉툭한 막대기가, 근사한 막대기가 되기를 바라는 시간을 가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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