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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arel Jan 09. 2019

베를린 아이들의 외식 비결

어른처럼 의젓하게 밥먹기

남편, 하람이와 집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날이 좋아 노천 카페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그 중 한 가족이 우리 눈길을 끌었다. 하람이 또래의 남자 아이가 아기 의자에 앉아서 부모와 함께 의젓하게 메뉴판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귀엽다고 생각했다. 공원에서 30분 정도 가볍게 산책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던 길. 우리 부부는 두 눈을 의심했다. 그 아이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 밥을 다 먹고 디저트를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족의 테이블 위에는 유튜브 동영상이 틀어진 핸드폰도 없는 데 말이다.



베를린에서 이런 모습을 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주 어린아이도 식당에서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밥을 먹는다. 아이가 즐기기 어려운 고급 레스토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식당에 노키즈 존이란 것이 없다. 한국 식당보다 더 좁고, 턱이 많고, 힙한 곳이어도 그렇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아기 의자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의 노키즈존에 적잖이 상처를 받아서인지, 아기의자를 보면 그렇게 안심이 되고 감사할 수가 없었다. 아기의자는 우리에게 환영의 신호처럼 느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베를린에서 본 노키즈 존은 딱 한 곳이었는데,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식집이었다. 서구 문화에서는 일식집은 보통 고급 레스토랑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베를린도 비슷하다. 그러나 과연 그 곳이 고급 레스토랑이라 노키즈존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같은 일식집이라도 현지인이 운영하는 일식당은 1인에 100유로(약 13만원)가 넘는 고급 식당임에도 아기 의자를 비치하고 있고, 아이를 위한 간단한 장난감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 식당을 제외하고 베를린에서 대부분의 아기들은 아기의자에서 환영받으며 밥을 먹는다. 물론 아이들도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일이 없다.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산책길에 만난 그 가족을 본 뒤, 남편과 어린아이를 동행해 외식하는 가정을 유심히 살펴봤다. 직접 인내심의 비결을 물어보기도 했다.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특별하게 비결로 꼽는게 없었다. ‘그냥 평소 집에서 하듯이 한다’는 게 이들의 대답이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 말에 힌트가 숨어있었다. 독일에서는 평소에도 아이들이 의자에 앉아 밥을 먹는다. 어른들 식탁에 맞춘 의자라 아이들은 자기 키보다 높은 의자에 앉게 된다. 좌식 생활이 아니다보니 돌아다니면서 밥을 먹는 것이 힘든 구조인 것이다.  부모들도 우리나라처럼 쫓아다니면서 밥을 먹이는 일이 드물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앉아서 밥을 먹는 습관이 든 것이다. 집에서는 엄마가 밥 그릇을 들고 쫓아다니면서 먹였는데, 밖에 나가서 갑자기 의젓하게 앉아 혼자 먹을 수는 없다.


아이들이 스스로 밥을 먹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일단 우리나라처럼 밥-국-반찬 문화가 아니다보니 스스로 먹는 난이도가 더 쉽다.  빵에 계란물을 입혀 만든 토스트를 주거나, 파스타 처럼 한그릇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처럼 죽-밥 이렇게 유아식이 진행되지 않다보니 아이들이 훨씬 쉽게 혼자 밥먹기를 시작한다. 물론 아이들이 흘리는 것, 많이 못 먹는 것 등에 대해 부모가 인내를 가지고 지켜봐 줘야 한다.


가족들이 함께 먹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 같이 밥을 먹을 때 훨씬 음식을 잘 먹는다. 엄마 아빠가 먹는 음식을 호기심있게 보고, 그걸 따라 먹기도 한다. 하람이도 아주 어릴 때부터 남편이 먹는 샐러리를 생으로 함께 먹었다. 아빠가 꾸준하게 맛있게 먹으니 하람이도 권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생야채 스틱을 즐겼다. 외식을 할 때도 음식을 크게 따로 두지 않고 부모와 아이가 왠만하면 함께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독일 부모들은 외식을 할 때도 집에서 하는대로 할 뿐이었다. 다만 그들의 평소 식사습관이 달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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