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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arel Jan 10. 2019

날마다 잘 자는 아이 1

수면 교육과 수면 독립

내가 베를린에서 무사히 육아를 마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하람이의 수면습관 덕분이다. 남편의 적극적인 외조, 친정엄마의 전격적인 베를린 방문을 모두 이긴 것이 아이의 잠이다. 하람이는 매우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가지고 있는 아이다. 오후 7시면 잠에 들어서 다음날 오전 6시 반~7시에 일어난다. 자신의 방에서 12시간의 밤잠을 깨지 않고 혼자 잔다. 낮잠 역시 마찬가지다. 돌 전에는 매일 1시간 반씩 2번, 돌 이후에는 2시간 정도의 낮잠을 한번 정도 잤다. 잠이 들 때도 부모가 옆에서 토닥이거나, 함께 자거나 할 필요가 없다. 하람이를 자신의 방 침대에 눕히고 우리만의 수면 의식을 한 뒤 인사를 하고 나오는 게 전부였다.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가리지 않고 잘 잤다. 유모차에서도, 카시트에서도, 낯선 여행지에서도. 이 덕분에 베를린에서 나는 매일 12시간은 하람이 엄마로 살았지만, 나머지 12시간은 '나'로 살았다. 


하람이가 처음부터 잘 잤던 것은 아니다. 우리 하람이의 5개월 때 별명은 '찡찡이'였다. 아이가 하도 찡찡거려 친정아버지가 지어주신 별명이다. 우리 아이는 100일 이후 내가 직장에 복귀하면서, 자신의 외조부모를 따라 부산으로 내려갔다. 우리는 1주일 에 한번, 일이 많은 땐 2주일에 1번 아이를 보러 부산에 내려갔다. 아이가 잘 자고 있는지, 수면 습관이 어떤지 등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저 무조건 예쁘고 귀했고, 사생팬처럼 아이를 따라다니며 만져보고 사진 찍기 바빴다. 친정어머니는 저녁을 드시다가도 앵-하며 우는 아이 소리에 방으로 부리나케 달려가시고, 식구들과 다과를 먹다가도, 저녁 10시 드라마를 보다가도, 식구들이 모두 잠자리에 들었을 때도, 아이의 앵-하는 호출에 24시간 대기조처럼 반응하며 달려가셨다. 아이가 밤새 열댓 번도 넘게 깨며 잠을 못 잤다는 이야기다. 


친정어머니는 날이 갈수록 피폐해지셨다. 흰머리가 급격하게 늘었고 피부가 가뭄에 갈라지는 논처럼 푸석푸석해지셨다. 더 충격적인 것은 아이의 영유아 검진 결과였다. 태어날 당시 3.56kg에 상위 10% 안에 드는 키로 태어났던 아이는 몸무게만 늘고 키가 거의 자라지 않았다. 아이의 키 분포가 하위 10%에 속해있었다. 하위 분포에는 이른 둥이나 아이보다 몸집이 작게 태어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더군다나 당시 친정어머니께서는 '아이가 배고파서 잠을 잘 못 자는 것 같다'며 밤 수유도 2-3시간 간격으로 계속하셨다. 거의 하루 종일 먹는 아이가 체중만 늘고 키는 거의 자라지 않았다는데 우리 부부는 충격을 받았다. 이대로 방관자처럼 지낼 순 없다는 결심이 섰다. 우리의 첫 번째 타깃은 '아이의 잠'이었다. 


남편과 함께 온갖 육아서적과 강의, 해외 논문까지 뒤져가며 아이의 잠에 대해 공부했다. 놀랍게도 우리가 고민한 모든 문제가 잠과 연관돼 있었다. 생후 5개월 이후에는 밤 수유를 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의 잠을 방해한다는 것,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아이가 예민해져 육아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 잠을 잘 못 자는 아이는 키가 크지 않는다는 것. 아이의 잠이란 단추가 한번 잘못 꿰지면 그 뒤에 다른 문제가 줄줄이 사탕처럼 달려 올라왔다. 그다음 과제는 당연히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재우느냐, 하는 것이었다. 


일단 밤 수유를 과감하게 끊기로 했다. 이미 그 무렵 아이는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밤에 분유를 10ml 이상을 먹지 않았다. 먹는 시늉만 좀 하다가 우유를 다 남겼다. 우유를 먹다가 짜증을 내며 울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운 것인데, 무작정 배고픈 줄 알고 우유를 먹이니 아이가 짜증이 나 울었던 것이다. 막수유를 더 든든하게 하기로 하고, 밤 수유를 하지 않았다. 또 아이는 혼자 재우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친정어머니가 아이방에 들어가 아이 옆에 쭈그리고 누워 울 때마다 밤새 토닥이고 쉬쉬 소리를 냈다. 이 소리나 행동이 오히려 아이의 잠을 더 방해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 이런 행동은 아이가 혼자 자는 법을 터득하지 못하게 했다. 토닥이는 손길에 잠이 들었던 아이는 얕은 수면에서 깼을 때 또 누군가 토닥여주기를 바란다. 아이가 잘 때 수면환경이 중간에 깼을 때의 환경과 동일해야 아이가 중간에 깨서 달라지 환경에 울지 않는다. 


잠자는 시간도 규칙적으로 정했다. 7시를 넘기지 않는 것이다. 연령마다 다르지만 만 3세 이하의 아이들은 8시 이전에 자는 것이 좋다고 한다. 7시를 기준으로 정하고, 6시부터 밥 먹고 목욕하고 불을 어둡게 끄고, 자장가를 틀어주는 식으로 우리만의 '수면 의식'을 준비했다. 아이에게 곧 잘 시간이며, 매일 이 시간이면 잔다는 동일한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낮잠시간도 철저하게 정했다. 밤에 잠자는 시간을 고려해 오후 4시 이후에는 절대 낮잠을 재우지 않았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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