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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arel Apr 11. 2019

스쿨존에서 단속카메라 없어도 속도를 줄이는 나라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해야겠다. 베를린에서 처음 운전을 할 때, 규정 속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가 있어 크게 과속할 일이 없기도 했고, 한국처럼 내비게이션이 과속 카메라 단속 지역을 미리 얘기해주지 않아 경계심도 느슨해졌다. 독일은 속도 규제가 없는 ‘아우토반’의 나라라는 말이 정말인가 보다, 했다. 실제 아우토반에선 시속 150km를 넘어 쌩쌩 달리는 차가 즐비했다. 


어느 날, 가족이 다 같이 나들이를 갔다. 어느 특정 구간을 지나는데 차들이 일제히 속도를 줄였다. 남편과 나는 ‘아차’ 싶었다. 독일은 한국처럼 내비게이션이 과속 카메라 단속 지역을 미리 얘기해주지 않는다. 틀림없이 여기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을 거라고 여겼다. 생각해보니 오늘만 이 길을 지난 게 아니었다. 우리 가족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이었고, 지금까지 몇 번을 씽씽 달렸는지 모른다. 


집에 와서 남편과 과속 벌금을 찾아봤다. 불법 주정차 단속 벌금보다, 과속 벌금이 더 비쌌다.  위반한 횟수를 계산해보니 족히 수십만 원은 벌금으로 내야 할 판이었다. 타국 살림에 한 명은 육아휴직 중인지라 이달 가계부를 계산해보니 아찔해졌다.  


그래도 별 수가 없었다. 잘못했으니 벌금을 낼 수밖에. 언제 그 벌금딱지가 언제 올지 우편물함을 매일같이 열어보며 기다렸다(독일은 아직도 대부분 중요한 사항을 우편물로 보내준다). 생활비에서 벌금을 내려고 예비비도 떼 두었다. 그런데, 벌금 통지서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난 후, 여전히 벌금 통지서는 오지 않았다. 


그제야 남편과 나는 알았다. 독일인들이 단속 카메라가 있어서 규정 속도를 지킨 게 아니라는 것을. 그 구간은 스쿨존이었다. 아우토반의 나라에서도 스쿨존에선 모두가 30km 미만으로 서행하는 것이다. 시키지 않아도, 카메라가 없어도 말이다.


베를린 우리 동네에서 자전거 타는 하람이


독일의 이런 문화는 아주 어린아이들도 길거리에서 마음 놓고 자전거를 타게 한다. 부모가 거리에 선뜻 아이를 내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아이가 지나갈 땐 차가 너무나 당연하게 속도를 줄이고, 멈춰 설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 역시 헬멧과 같은 보호 장비는 필수로 착용한다. 우리 아이도 헬멧을 쓰고 거리에서 마음껏 자전거를 탔다.


처음 독일에 갔을 때 이런 일도 있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지나갈 때, 차가 오려고 하기에 멈춰 섰다. 횡단보도라도 차가 쌩쌩 지나가는 한국의 습관이 몸에 깊게 베인 것이다. 그런데 다른 독일 가족들은 아무렇지 않게 횡단보도를 건넜다. 사람이 지나가면 무조건 차가 먼저 서는 것이 독일의 법칙이다(한국도 도로교통법 상으론 그렇지만). 횡단보도는 말할 것도 없고,횡단보도가 아닌 길에서도 대부분 보행자가 우선이다. 독일에서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반대의 이유로 한국 택시기사 분들께 욕을 먹은 적도 있었다. 그때 내가 한국에 돌아왔구나, 새삼 실감했다. 


한국에 오니 아이가 자전거 탈 곳이 없어 아쉽다. 아파트 단지 내 차 없는 길만 뱅뱅 도는 아이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든다.  자전거란 모름지기 동네 한 바퀴를 자연스럽게 타고 다니기 위한 수단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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