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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이 Apr 06. 2016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18.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어른

다들 어렸을 때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얘기했었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어른이 되는 것이 무섭고 싫었다. 내가 하는 모든 말과 모든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무서웠기에. 최근 글을 쓰면서 나는 아직도 어른들의 생각보다는 어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러던 중 책 한 권을 우연히 알게 되어 읽게 되었다. 그 책은 나에게 너무 신선한 경험이었고 표지부터 맨 뒤 표지까지 읽고 난 뒤에도 그 책을 손에서 놓는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반강제적으로 성인임을 인증하는 주민등록증이 발급되고 성인으로서 처음으로 대학교 등록금 때문에 대출을 받아 그 빚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혹독한 사회생활을 배우고 모든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을 경험한다. 어른이 될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지만 무조건 어른이 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 덕분에 모두가 빠르게 어른이 되어간다. 아니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표면적으로는 어른이 되었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나 내면적으로는 전혀 어른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나 또한 밖에서는 '어른스러운 척' 또는 '매우 보수적인 어른인 척' 하지만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는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고 별 것 아닌 일에 짜증도 마구 내고 애교 아닌 애교도 부리는 것을 보면 아직은 확실히 어른이 아닌 것 같다. 아니 확실히 어른이 할 행동은 아닐 것이다. 


어른이 되어 좋은 일이라고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것은 무섭고 두려우면서도 좋은 일 중에 하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일이라니... 이런 모순된 생각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일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기 위해 어떠한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채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들이기에 아직까지도 저런 모순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일 것이다. 이런 모순된 감정을 가진 채 나이를 먹어가고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달다 보니 어이없는 편견도 생기고 잘못된 생각이 자리잡기도 한다. 그런 잘못된 생각들로 인해 어린 친구들에게 잘못을 저지르는 어른들을 보고 있자면 같은 어른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내가 창피하고 부끄러워진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것이 어른이라면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네버랜드가 생각이 나게 마련이다. 꿈과 희망이 있는 곳. 그리고 신뢰와 믿음이 있는 곳


어른이 되고 나면 아쉬운 것은 꿈과 희망, 신뢰와 믿음 이 네 가지는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다. 꿈은 현실에 맞춰 살기 위해 점차 사라지고 이렇게 사라지다 보니 자연스레 꿈은 언젠가 이루어진다는 희망도 사라지게 된다. 이런 가장 큰 희망이 사라지다 보면 작은 사소한 희망조차도 점차 사라지게 된다. 신뢰와 믿음 이 두 가지 또한 현실 속에 살아가다 보면 서로 속고 속이고 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보니 점차 사람에 대해 믿지를 못하고 사람을 믿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레 신뢰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현실에서 살아가는 것은 이 네 가지를 다 가지고 살기는 힘들다는 것이 되어버렸다. 이런 사실이 그저 슬프다. 물론 이 네 가지 전부를 다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몇이나 될 것이며 정말 이 네 가지가 다 존재하고 있을까? 신뢰와 믿음은 쌍방에 존재해야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인데 과연 상대방은? 지금 글을 쓰면서도 이런 생각이 먼저 드는 내가 싫어지는 나이지만 신뢰와 믿음 이 두 가지를 가진 관계를 좋아하는 나이기에 안타까움도 배가 된다. 



어른이지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른이란 타이틀을 달고 제일 먼저 깨달은 것이다. 나보다 먼저 어른이란 타이틀을 단 어른들이 가진 텃세가 너무나도 세기에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또한 나 혼자 바꾸려 하기 때문에 절대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네버랜드를 꿈꾸는 어른들이 많은 것이다. 꿈과 희망을 잃어 가고 있지만 그것들을 완전히 잊지는 않았다. 잊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잠자고 일어날 때마다 하루하루 나이를 먹기에 강제적으로 어른이 될 수밖에 없다. 시간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어른이 되지 않을 방법도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야 하고 어른이란 타이틀을 반드시 달 수밖에 없다. <피터팬>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네게는 아직 꿈을 이루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있어."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내가 어른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달고 있을 테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버려야 한다면 나는 아직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ps. 위에 제가 언급했던 책은 강세형 작가의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입니다. 책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읽기에 불편함은 없을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삽화도 들어가 있고 조각 글 같은 느낌이 있어서 쉽게 읽히더라고요. 이 곳에서 책을 추천하는 것이 조금 조심스럽지만... 정말 조심스럽게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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