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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이 Oct 02. 2016

두 번째 퇴사

#43. 두 번의 결정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고 나서 두 번의 퇴사를 했다. 처음 회사 2년, 두 번째 회사 2년. 두 번 다 버틸 만큼 온 힘을 다해 버텼고 결국 위장병을 얻고 나서야 사직서를 제출했다. 두 번의 회사 모두 일이 힘들어서 그만둔 것이 아니다. 사람. 사람으로 인해 오는 정신적, 심적으로 힘들어서 그만두었다. 모두가 말한다. 일이 힘든 것은 참아도 사람이 힘들게 하는 것은 참기 힘들다.



두 번의 경험은 극단적으로 행동하였고, 결론적으로 실패했다. 첫 번째는 처음이라고 어리바리하고 거절을 잘 하지 못해 결국은 '호구'가 되어 힘들어서 그만두었다. 시스템 엔지니어로 막내라고 모든 일을 다 나에게 떠맡겼고 나 혼자서 30개 정도의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유지보수를 했다. 전철은 안 타본 것이라고는 공항철도 하나뿐일 정도로 서울 방방곡곡을 돌아다녔고 멀리는 수원, 대전까지도 당일로 돌아다녔다. 일은 남들 다 퇴근한 이후에나 시작할 수 있는 일이었고 집은 잠만 겨우 자고 씻고 나가는 숙소일 뿐이었다. 끼니는 하루 한 끼라도 먹으면 다행일 정도에 남들에게 휴일이 우리에겐 일하는 날이었다. 일이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다.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같은 팀이란 사람들의 말도 안 되는 헛소문과 음해.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나의 잘못이 되고 분명 점심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일거리가 주어졌으며 은근한 따돌림이 있었다. 오죽하면 다른 회사 사람들이 나를 보고 불쌍하다 했을까... 결국 견디다 못해 몸에는 이상 신호가 왔고 연봉협상에서 이사가 한 말에 사직서를 내고 말았다. '남들보다 일을 못했으니...'라니. 그동안 내 시간을 버려가며 일을 한건 무엇인가라는 회의감과 굴욕감에 그만두었다.



두 번째 회사는 첫 번째 회사와는 극단적으로 다르게 안 되는 것은 안된다고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확실히 얘기했다. 동기들은 상사가 하는 잔소리가 길어져 앞에서는 알겠다고 하고 넘어가고 그 이후 개발은 어떻게든 상사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기만 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렇게 혼자 상사와 계속 부딪쳤고, 그 이후 어느 순간부터는 그 상사는 나를 제외하고 회의를 진행했으며 같은 동기를 통해 나에게 일을 지시했다. 동기도 이런 상황을 불편해했지만 이런 상황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에게 일조차 주지 않아 거의 1년 동안 월급은 받지만 다른 동기들과는 다르게 아무런 일도 안 하하고 월급을 받는 '월급루팡'이 되었다. 그리고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상사의 험담과 사원들 사이를 이간질시킨다는 이야기. 다행인 것은 사원들의 사이는 가족인 것 마냥 가까웠으며 서로의 성격들을 잘 알고 있어서 상사의 이간질과 험담은 버텨내었다. 하지만 월급루팡 생활이 6개월 이상 되면서 미안해지기 시작했고 나의 자존감은 낮아지도 개발자로서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결국 두 번째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결론이 나기까지 상사와 싸웠고 끝까지 그 상사는 내가 '특이하고 이상한 애'였다.



처음은 같은 회사 직원이면서 팀원인 사람들에게 내 의견을 확실히 전달하지 못해 '호구'가 되면서 직장 내 왕따 생활을 견디다 못해 사직서 제출. 두 번째는 처음과 전혀 다르게 내 의견을 확실히 전달하려다 상사와 의견 충돌이 발생하고 상사가 의도적으로 배제하면서 '월급루팡'이되었고 나 자신이 다른 사원들에 대한 미안함과 낮아진 자존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사직서 제출. 어찌 보면 나의 미숙한 사회생활에 대한 대처 능력에 의해 배제되고 왕따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앞에서는 실패라고 표현했지만 실패가 아닌 또 다른 아픈 경험을 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겪을까 말까 한 경험을 나는 두 번이나 경험한 것이다. 두 번의 사직서 제출은 나를 다른 세계로 나아가게 해 줄 것이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경험이 없기에 몸이 고생하면서 얻어진 경험. 어찌 보면 모든 경험이 처음이고 다른 사람들과 성격과 성향이 다르기에, 어느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없는 부분이기에, 맨땅에 헤딩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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