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희 舞姬 “

“2장, 손과 웅덩이”

by 연정민

소년은 입술이 맞닿은 채 가쁘게 숨을 내쉬며 스스로의 처지에 대해 중얼거렸고 신사와 여자의 상반된 태도와 그들의 인간성에 대해 의심할 여지조차 없는 각박한 삶에 대해 외길을 밟아나가는 기분이었다. 무엇이 삶을 이토록 이끌었고 무엇에 의해 톱니바퀴처럼 맞닿아 오늘과 내일을 이어주는가는 주머니 속을 뒤적거 느껴지는 동전이 그 대답을 조금이나마 알려주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동전을 만지면서 부에 대한 탐욕이 채워지는 것과 같이 노동의 쾌감이 느껴지면서도 동전의 차가움과 맞닿을 때 나는 쇳소리는 어쩐지 불편한 감정이 들게끔 했다. 한참을 뒤적거리고 난 뒤 손에 묻은 동전의 검은 때와 쇳냄새는 내가 하는 일이 마치 천박하고 역한 일인 것 마냥 나를 괴롭혔다. 차마 그 손으로 손님에게 악수를 청할 수 도, 돈을 건넬 수 조차 없다고 느껴졌다. 순간 소년은 피 묻은 살인자의 손같이 느껴지는 자신의 손이 두려웠고 다시 주머니 속으로 영영 넣어버리고 싶었다. 주머니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손을 다시는 나오지 못하게 만들고 싶은 폭력적인 감정마저 들었다. 동전과 함께 시베리아처럼 차갑고도 퀴퀴한 그곳에서 영영 나올 수 없는 것 같은 공포심이 휘몰아쳤다. 소년은 꺼낼 수도 넣을 수도 없는 자신의 손을 씻어줄 무언가를 간절히 원했다. 소년은 벌떡 일어나서 달렸다. 멈추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며 몸에 불이 붙은 것처럼 계속해서 달렸다. 소년이 시장을 나가서 한참 걸어가던 중 작은 웅덩이를 찾았고 그곳에서 손을 연거푸 비벼댔다. 비누도 없고 소금도 없었지만 소년은 흐르는 물에 손을 가득 넣고 손톱 밑 사이사이까지 닦겠다는 심정으로 손을 맞붙혀서 마구 비벼댔다. 소년은 다시 손의 냄새를 맡았고 아직 사라지지 않은 쇳냄새와 희미하게 남은 때의 자국을 보고 씻기지 않는 무언가를 씻어야만 하는 무언가를 강렬하게 느꼈다. 소년은 다시 시장으로 뛰었다. 강아지가 짖어도 어느 노인이 고함을 질러도 소년의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부끄러운 손의 자국을 품 안에 넣어 숨기며 소년은 아무도 보지 못하게 그렇게 도망자신세가 된 것처럼 제자리로 향해 갔다. 소년이 자신의 자리에 도착할 때쯤 어느 손님이 두리번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소년은 황급히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어쩐지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손님의 모습에 다시금 자신의 필요성을 자각한 것처럼 입술근육에 힘을 양껏 주어 억지로 웃음을 보이며 ”뭐 필요한 거 있을까요? “라며 물었다. 그러자 손님은 ”여기 있는 채소 전부 다 살게요 얼마면 되죠? “라고 되물었다. 소년은 눈이 커졌고 조금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무슨 일 있으신가요? “ 라며 또다시 되물었다. 손님은 ”아니.. 그것이.. “라며 말을 줄였고, 고개를 푹 숙이며 아무것도 묻지 말라는 듯이 외면하였다. 소년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못하였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라고 대답하고 자신의 신분과 삶과 조금은 의기양양한 기분으로 팔뚝에 힘이 들어가 핏줄이 도톰해 보였고 빠르게 당근과 무, 갖가지 채소들을 양손 가득 담아 봉지에 넣었다. 어렴풋이 봐도 다섯 봉지가 넘는 많은 양이었다. 소년은 ”마침, 장사 마칠려던 참이여서요 반값만 주쇼 열 냥이라오”라고 손님에게 인심 쓰듯이 말하였다. 손님은 헌 가방에서 빨간 봉투를 꺼내어 탈탈 손바닥에 털었고 많은 동전이 튀어나와 바닥을 나뒹굴렀다. 손님은 주저 않아 동전을 주었고 소년은 바라볼 수 없어 줍는 것을 도와주었다. 다 줍고 나자 손님은 고개를 몇 번씩이나 숙이며 감사함을 표현하였고 소년은 괜찮다는 듯이 손을 절레절레하였다. 손님은 감사의 표시로 두 냥을 소년의 손에 더 쥐어줬으며 소년은 열두 냥을 주머니에 넣고 제법 볼록해진 주머니에 저녁은 굶어도 되겠다고 느낄 정도로 만족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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