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홍콩에 왔더라
여기 두 개의 세계가 있다. 얼핏 보면 같은 회사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겪은 바로는 개인의 미래는 물론 가치관까지 변하게 만들 수 있는 차이를 가진다.
회사 A는 먼저 대접하는 커피와 빵이 이미지가 되는 곳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매년 기억에 남는 다과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나와 함께 입사한 동기가 밸런타인데이라며 쿠키를 구워온 적이 있었다. 대단한 애정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아이라면 예쁨 받을만하다고 생각할 찰나 부장이 내게 말했다. ‘넌 아무것도 없니?’
그러다 후배가 들어왔는데, 누구보다 커피에 진심인 직원이었다. 그 진심을 알았는지 하나둘 직원들이 ‘후배가 타 주는 커피 마시러 왔습니다’라며 팀을 방문했고, 인사팀에 있는 그들 사이에 후배는 ‘정말 괜찮은 직원’이 됐다.
그 후배는 취합하는 나를 위해 업무를 남겨 놓은 건지 최소 1장 분량의 보고서에 단 3줄을 휘갈기고 집에 간다. ‘집에 가냐?’고 묻는 나를 팀원들은 독한 선배라 한다.
기관 A는 개인적으로 40대쯤 보직자로 들어간다면 괜찮다고 생각되는 곳이다. 일이 별로 없고, 아주 성과를 내기 위해 다투지 않아도 되며, 가끔 오전에 휴가나 반차를 내는 것도 용인이 되기 때문에 삶이 편한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다만, 신입으로 들어가 하필 논란이 많은 팀에만 배정이 되었고 커피와 빵을 먼저 대접할 줄 모르는 어리숙한 나는 ‘일을 시킬 때만 입에 붙는’ 직원 아무개가 되었다.
그리고 회사 B가 있다. 각자가 맡은 분야의 업무를 처리해 개별 성과를 내는 이 기관은 혼자서 기획, 운영, 섭외, 홍보 등의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여러 개를 혼자 하니 부족한 부분은 쉽게 드러나지만 결국 본인 성과다.
모든 업무 자체가 처음인 J는 명문대 출신이고 집안도 좋다. 다만 처음이라 사소한 엑셀 작업도 서툴고, 문서 작성은 특히 어려워한다. 어쩔 수 없이 누군가는 취합해야 하는 문서에 실수를 덕지덕지 해 놓으니 첫 달부터 ‘함께 업무를 하긴 부담스러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당연한 거지만 서툴러도 어떻게든 열심히 해보려는 그 모습에 기관 A에서 만난 후배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여기서는 왜 커피와 빵이 먹히지 않는 걸까.
회사별로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걸 다시 느낀다. 주절주절 쓰기 어려워 저 사례로는 확실한 비교가 어렵겠지만, 회사 A는 열심히 하는 ‘듯’한 모습과 잘 챙겨주는 면모가 회사 B는 업무수행능력과 자신의 일을 확실히 하는 면모가 중요한 곳이다.
인생은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거지만 바리스타가 아닌데 커피가 내 업무능력의 척도가 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처음 겪은 회사가 A라 마음은 상했지만 덕분에 ‘아닌 곳’을 확연하게 구분하게 되었고, B 덕분에 모든 회사가 그렇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관 A에 계속 있었다면 내겐 뭐가 남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