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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슴 Nov 02. 2023

#8. 독립영화, 먼저 실패한 자의 전언

비전공자 영화 촬영기 '모두의영화'

모두의영화 프로젝트란?

같은 배우, 같은 장소, 같은 장비, 그리고 청년.
최소 장비와 인원으로 ‘청년’을 담은 두 편의 영화를 만듭니다. 
영화를 함께 보고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상영회, 모두의 자리를 엽니다.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누구의 영화’로 시작해 ‘당신의 영화’를 거쳐
종국에는 ‘모두의 영화’로 확장되길 바라는 청년창작 커뮤니티 프로젝트입니다.





촬영을 무사히 마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다치는 사람 없이, 손절(?)하는 사람 없이.

촬영을 준비하면서 대단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각오는커녕 무사히 촬영만 마쳤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속으로 무진장 빌었다. 그러니까 제목이 "독립영화, 먼저 실패한 자의 전언"이지만 굳이 따지자면 실패까지는 아니지 않을까.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다음, 가장 먼저 느는 것은 아무래도 변명인 것 같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이렇게까지 우왕좌왕 좌충우돌 정신없을 줄은 몰랐다. 


모든 환경이 잘 준비되는 여유로운 제작비, 현장에 관해 해박하게 알고 있는 전공자가 아니라 금요일에 월차 내고 주말에 영화를 찍는, 지식 대신 의욕이 차있는 비전공자라면 아래 내용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 pexels



촬영계획표&스토리보드로 촬영컷 확인

영화 스토리 순으로 보자면 촬영 순서는 그야말로 뒤죽박죽이다. 찍을 수 있도록 동선, 장비, 시간적 배경 등을 고려하여 편의상 빠르게 찍을 수 있도록 재배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혹 필요한 컷이 누락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나 한 사람이 두 가지 이상의 역할을 하는 독립영화 현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우리처럼 영화 현장에 전혀 경험이 없는 비전공자들이라면 그럴 위험은 더욱 커진다. 


현장에서는 서로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눈앞의 문제를 풀기 바쁘고 넓은 시야로 전체 진행 정도를 헤아려보기 힘들기 때문. (특히나 감독은 더더욱!) 그렇기에 촬영계획표로 찍고 나서도 스토리보드 상으로도 서로 이어지지 않는 컷은 없는지, 혹시나 빠진 컷은 없는지 점검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컷" 사인은 생각보다 천천히

컷! 사인 하나로 카메라, 연기, 사운드 모두가 멈춘다. 애초에 요만큼만 사용할 예정이었다고 해서, 딱 요만큼만 찍고 컷!을 외치진 말자. 생각보다 여운을 주어 컷을 외치는 편이 좋다. 몇 초 더 이어간다고 해서 전체 촬영 시간이 확 길어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실제로 편집할 때 예상보다 짧게 끊어진 컷에 뒷장면이 좀 더 이어졌으면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컷 사인을 기다리면서도 이어지는 배우들의 연기에서 여운을 살려 더 좋은 장면을 건질 수도 있다. 



촬영장소 깔끔히 정리

촬영이 끝나면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친다. 그렇지만 촬영장소 정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대여한 촬영장소는 말끔히 정리해야 한다. 대여한 곳이 아니더라도 외부나 공공장소에서 촬영했다면 깔끔하게 정리하고 떠나자. 촬영 세팅하기 전에 대여한 장소의 사진을 찍어두면 원상복구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데이터는 무조건 백업

피땀 흘려 만든 귀중한 파일은 현장에서 외장하드에 옮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C과 D드라이브에 각각 복사해서 백업해둔다. 그리고 작업할 컴퓨터로 다시 틀어본다. 모종의 이유로 컴퓨터에서 재생이 안되면 안되니까. 당일 촬영 분량이 많았다면 중요한 컷 위주로 모니터링을 다시 한다. 백업에 백업은 필수다. 혹시 혹시 모르니까.



©️ pexels



대여한 장비 반납이 현장의 마침표

가장 중요한 데이터를 챙겼다면, 이제 대여한 장비를 챙길 차례다. 

장비에 딸린 소모품과 거치대, 여분 배터리 등등 하나하나 빠지지 않고 꼼꼼하게 챙긴다. 촬영 준비할 때 작성했던 장비리스트와 장비를 빌릴 때 찍어둔 사진을 참고하면 역시나 큰 도움이 된다. 장비를 대여해주는 쪽에서도 착오할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대여 담당자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혹시나 촬영현장에 두고 온 물품이 있거나, 분실 혹은 고장난다면... (이마 짚) 장비 반납까지 아무 문제 없이 마쳐야 진정한 촬영 현장이 끝났다고 볼 수 있다. 



편집을 위한 세팅

우리는 최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편집 프로그램은 가성비가 높은 다빈치리졸브(DaVinci Resolve)로 선택했다. 무료 버전이라도 충분히 괜찮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고 한다. (기능을 잘 사용할 줄 안다는 전제 하에) 


그런데 다빈치리졸브로 영상 파일을 여니, 음성 파일로 바뀐다. 너는 또 왜그래. 불현듯 스치는 기억. 아참, 작년에도 그랬다. 작년에는 결국 원인을 찾지 못하고 유료 프로그램인 프리미어 프로로 편집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프리미어를 사용하지 못한다. 어떻게든 다빈치리졸브(기타 무료 프로그램)로 해야 하는 상황. 인터넷을 뒤져보니 소니는 시스템 상 다빈치리졸브와 직접 호환이 안 되는 것 같았다. 호환되게 하려면 어째어째 하라는데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비교적 가볍게 돌아가는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케이덴라이브"를 통해 영상을 1차로 편집하고, 그 편집본을 렌더링하여 다빈치리졸브로 세밀한 편집을 하기로 했다. (이제 소니 카메라는 안녕,,) 카메라 촬영 데이터와 편집 환경이 호환에 문제가 없는지 미리 확인해두면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다. 








3일 간, 두 편의 단편영화 촬영. 모든 촬영이 끝났다. 끝났나? 끝난 게 맞을까. 아니, 이렇게 끝내도 될까. 확신이 없다. 하지만 바닥난 체력은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도록 도와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영상을 확인해봤다. 그래 뭐, 봐줄만 했다. 하긴 현장에서 우리가 확인했던 영상 그대로니 놀랄 것도 없었다. 


역시 문제는 오디오였다. 대사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고 공기 소리조차 크게 녹음되어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진지하게, 무성 영화를 만들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대사가 너무 많은 영화라 다른 방법을 찾아야했다. 스태프와 배우들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고생했는데, 우리 영화 망했다고 미리부터(?) 기운빼기는 싫었다.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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