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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서범 Mar 30. 2017

아내에게 쓰는 편지 # 42

당신의 자리


오늘 당신의 자리가 참 많이 느껴지네요.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나와 아이들과의 생활.

일어나서 아이들 깨우고

밥 챙기고

사랑스러운 둘째 녀석 밥 먹다가 엄청난 양의

흘려놓은 식사의 부산물들과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두 녀석의 말다툼 중재하고

투정 부리며 보채는 둘째 어르고 다독이고

집안 정리하고 돌아서니

두 녀석 장난감과 책, 기타 등등으로

한 시간도 안돼서 거실을 한가득 채우고

옷들과 이불 등 밀린 빨래 돌리고

애완동물들 밥 주고

화분 옮겨서 물 주고

지쳐서 조금 쉬려니

아이들 배고프다고 점심 달라네요.

힘들어서 중국집에 배달시켜서

아이들과 한 그릇씩 먹고

이제는 좀 쉬려니

아이들이 심심하다며

학교 운동장에 놀러 가자고 해요.

아빠 힘들어서 좀 쉬어야겠다니

아이들 입이 한주먹씩 나와서

결국 축구공과 야구 글러브와 공들고

학교 운동장 가서 함께 놀다 오고

와서는 아이들 씻기고

완전히 지쳤는데...

아이들 배고프다고 저녁 달래요...

여보... 당신 오늘 언제 와요...

당신의 자리가 오늘 너무 크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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