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이 뜨기 전에 Mar 22. 2022

당신의 기억을 살 수 있나요?

3. 처음이거나 재회이거나

김민경!

네    

활기찬 목소리였다.    


최유진!

조용한 목소리였다.    


최진우!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목소리였다.    


이.. 수... 이.. 수...

힘차게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던 민서가 갑자기 가장 작고 머뭇대는 목소리가 되었다.    


한 공간 각자 다른 시선들을 가졌던 학생들이 한순간 일제히 민서를 바라보았다.     

                                   

                                이수진? 이.. 수.. 진이라고? 동명이인이겠지...


민서는 속으로 별일 아니라고 되뇌며, 떨리는 손을 숨기며 목소리를 가다듬었지만, 다시 이수진의 출석을 확인하지는 않았다.     


아.. 출석은... 이따가... 이따가 다시 확인할게요. 이제 홈페이지 접속하셔서 과제로 내 준 아이디어 스케치를 올려주세요. 업로드된 순서대로 코멘트하겠습니다.    


학생들은 다시 각자의 시선 속으로 들어가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보았다. 민서는 교실 뒤편으로 돌아가서 이수진 학생의 자리를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짧은 머리의 고개를 숙인 뒷모습으로 남학생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나도 참... 그 이수진 일 리 없잖아?     


민서는 스스로 한심한 듯 한숨을 쉬었지만, 마음속 어딘 가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의 과제를 크리틱 하는 것이 많이 부드러웠다. 평소에는 꽤나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부드러운 평가에 학생들의 얼굴이 가벼워졌다    


자, 이제 다 크리틱이 된 거죠?    


아직요... 제 파일이 업로드가 안되었네요.    


수업시간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그 학생을 본 민서는 자신의 시공간이 일순간에 멈추는 것 같았다.    


그 학생에게서 이수진... 그 이수진의 얼굴이 보였다.        


제가 직접 설명드려야 할 것 같네요.    


민서는 잠시 멍해졌다가, 학생들의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 소리에  강의가 끝나는 시간이 된 것을  알아차렸다.     

아... 네 저에게... 저에게 보여주세요. 다른 학생들은 기본 재료를 가지고 다음 시간에 만납시다.    


북적되는 학생들 사이로 이수진이 걸어오고 있었다. 짧은 머리에 주위 시선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듯 한 편한 복장이 많이 변한 듯 보였지만, 뚜렷한 이목구비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이수진 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수진은 전혀 민서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 처음부터 민서를 몰랐을 가능성이 더 크니, 몰랐던 사람을 처음 대하는 그저 평범한 시선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민서는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상황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당신의 기억을 살 수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