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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이 뜨기 전에 Mar 23. 2022

당신의 기억을 살 수 있나요?

4. 모태 솔로이어서가 아니야

너 아까부터 그 이수진이라는 이름을 왜 그렇게 부르니? 너 여자 친구 진짜 생겼니?    


민서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집안 침대였다. 걱정스러운 어머니의 얼굴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민서는 엄마 얼굴을 피해 누웠다.    


너 군대 있을 때도 여자 친구 없었다고 했는데, 제대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 사이 사귀었다가 금방 헤어지기라도 한 거야?    


아...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좀 피곤하네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엄마는 평소 반듯하다고 생각했던 아들의 낯선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저 진짜 괜찮아요. 그냥 꿈꾸다가 말했나 봐요.. 왜 그 연예인 이름이에요. 왜 있잖아요..    


네가 나이가 몇 살인데 연예인 타령이야? 차라리 여자 친구라도 있는 게 낫지! 이성도 만나봐야. 결혼도..!    


민서는 엄마의 잔소리가 시작되려 하니 화제를 전환하려,    


저 아까 발표하러 나가다가...    


그래! 너 책상에 부딪쳤다며?... 친구들이 병원에 가자고 하는 대도 네가 굳이 안 가겠다고 해서  집에 데리다 준 거야. 어디 봐, 어디 부딪친 거야? 그때 바로 병원에 갔어야지... 낼! 낼 엄마랑 가보자!    


아니에요. 저 진짜 괜찮아요. 하하.    


민서는 애써 웃어 보였지만, 머리가 은근히 아파오기 시작했다.     


                               한 숨 더 자면 괜찮겠지.


다시 돌아누우며 눈을 감았다.     


고집부리지 말고 낼 가는 거다!    


의지가 가득한 어머니의 목소리에 눈을 힐끔 떴다. 어머니의 뒷모습이 보인다. 아까 생각난 이수진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때 어떻게 되기라도 한 건가?    


일찍 복학 한 친구는 소식을 알 수 도 있겠지... 핸드폰을 잡는다.    


나야. 민서!

어 민서야! 너 복학했다며? 가장 나에게 먼저 전화했어야지.

야.. 너 내가 휴가 나왔을 때는 바쁘다고 하더니만!

아. 그때, 진짜 그때는 정말 내가 정말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다! 그날이 딱 여자 친구랑 백일이었어. 그날 딱 휴가 나온 네가 날짜를 잘못 잡은 거다!

백일? 너 여자 친구 사귄 지 그때가 백일이었다고? 꽤 된 걸로 알고 있는데? 누구를 만나는지 절대 말하지도 않았긴 했지만...

아... 그전에.. 그전에 있었지.. 그런데, 갑자기 사라져 버렸어. 연락도 없이... 지금도 연락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 

혹시 이수진?

너 그 애 알아? 

아니! 나야 모르는 애야... 아까 과사에 그 애 찾는 전단지로 이름도 처음 알았어.. 그런데,,, 내가 휴가 나왔을 때 말이야. 이 얘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때 학교에서 봤어... 그런데 좀 이상했어!

피 흘리며 사라진 거? 너 말고도 몇 명 더 봤어.

어? 정말? 그런데도 어디로 갔는지 몰라? 

그때 다들 쫓아 가 보지는 않았나 봐. 우리 학교 학생도 아니잖아.

아니 그래도 피를 흘리며 가는데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는 말이야?

그럼 너는?

정문 앞까지 가봤을 때, 이미 사라져 버려서 찾지 못했어.

그때 부모님도 오시고 경찰도 오고 가고 우리 과가 좀 뒤숭숭했어. 근데, 더 단서가 없어서 가출 같다고.. 수사를 더 진행을 안 하더라고..

너 그때 어디 있었는데?

나... 나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어!  

알리바이? 그 애에게 진짜 안 좋은 일이라고 있었던 거야? 

아니 나야 모르지... 그냥 피를 흘렸다고 하니...

근데, 너 혹시 양다리 걸치고 있었던 거 아니야?

아니... 나 사귀면서 그러진 않았어.. 좀 헤어지려고 하는 시기였지..

헤어지면 헤어지는 거지. 헤어지려고 하는 시기는 또 뭐냐?

야. 너는 모태솔로이니 잘 모르겠지만, 사귀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서로 감정이 없는데 딱히 헤어지자고 먼저 말하지는 못하는 뭐 그런 때가 있지. 

그렇지만, 가만 보자... 그때가 백일이라 하면, 내가 휴가 나온 때랑 하면,,, 양다리 걸친 거 맞네. 깨끗하게 헤어진 것도 아닌데, 다른 여자를 또 만나냐? 넌? 이런~...!

야. 근데 가만 들어보니깐 좀 그렇다? 내가 어떻게 연애하든 네가 거기까지 훈수를 둘 일은 아니잖아? 그리고 다들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고 뭐 나만 그런 줄 아냐? 

동물도 자기 짝을 일편단심 만나는 종도 있어. 이런 뭐보다도 못한 놈이라니!

야,, 너 진짜? 그렇게 말할 거야? 우리가 무슨 결혼이라도 했냐?     


근데 왜 헤어지려 했는데?    


훅 들어온 민서의 말에 잠깐 침묵이 감돌았다.    


.... 뭐 여자 친구 만드는 이유가 뭐 더 있겠냐? 그런데 그냥 좀 그런 욕구가 사라졌다고 해야 할까...    


민서는 친구의 대답에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왜 그런지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이 친구가 빌린 돈을 주지 않았을 때에도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친구가 커닝 좀 하자고 들이밀었을 때에도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이수진이 이 못난 친구의 그저 그런 욕망의 대상이었다는 것에 화가 나는 것이었나? 소리라도 지를 까 하다가 친구의 퉁명스레 내뱉는 말에 민서는 그냥 휴대폰을 내쳐 던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뭐! 알고 보니 이수진도 우리 과 남자애들을 아주 다 돌아가면서 사귀었던데,,. 뭘    


여보세요? 여보세요? 듣고 있는 거야? 민서야. 너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그래?... 술이나 먹자! 나와!


휴대폰만 침대 구석에 박혀 혼자 떠들어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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