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가지에 매달린 나뭇잎 하나를 발견했다. 다른 잎들은 우수수 다 떨어졌는데 딱 하나 남은 나뭇잎. 어쩜 요래 용케도 살아남았을까? 넌 어쩌다 달려있니? 넌 어떻게 살아있니?
마지막 잎새가 생각났다. 단 하나의 잎새는 언뜻 보면 특별해 보이지만 '하나'는 외로운 것이다. 혼자는 외롭다. 소수는 외롭다. 나는 외롭다. 마지막 잎새는 '외로움'이다.
원래 잎은 떨어지는 것이다. 계절의 변화로 잎은 떨어진다. 떨어진 낙엽은 쓸어야 한다. 먼저 떨어진 잎들은 쓸리고 쓸려 나뒹굴거나 바삭바삭 밟히고 있다. 마지막 잎새는 무엇을 잘해서 마지막까지 달려있나? 누구에 의해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나? 그것은 마지막 잎새의 노력도 아니고 먼저 떨어진 잎들의 부족함 때문도 아니다. 마지막 잎새를 매달고 있는 오직 그 나무만 알고 있겠지?
마지막 잎새는 '허무함'이다. 마지막 잎새를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오늘 만난 단 하나의 잎새는, 높은 하늘 아래 잎사귀만큼 작고 작은 우리 인생의 허무함을 보여준다. 발 밑에 떨어진 낙엽처럼 우리도 누구나 죽는다. 내가 오늘 하루도 산 것은 무엇을 잘해서가 아니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 누구도 그 이유를 함부로 말할 수 없고 알 수도 없다. 한 생명을 오늘도 성실하게 돌보고 있는 오직 창조주만 알고 있다. 마지막 잎새의 붙음과 떨어짐을, 우리의 시작과 끝을.
신기한 것은 마지막 잎새가 외롭고 허무하지만 홀로 끝까지 매달린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하다. 살아있기 때문이다. 끝까지 남아서 결국엔 희망이고 아름다움이다. 이처럼 내 인생에 남을 단 하나, 내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 내 안의 중심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마지막 잎새는 어떻게 살아있을까?
마지막 잎새를 매달고 있는 오직 그 나무만 알고 있겠지? 뿌리 깊은 나무와 그 가지에 잘 붙어있는 것. 그것 말고는 살 길이 없다. 나무를 떠나면 죽는다. 나무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마지막 잎새는 어떻게 살아있을까? 삶의 이유와 희망을 보여주는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함이리라. 나도 그렇게 살아가기를. 딱 하나 남은 나뭇잎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