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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림 Nov 03. 2023

글을 쓰는 이유


피곤할 때는 커피 생각이 간절하고 지루할 때면 폰을 만지작거린다. 이야기가 하고 싶을 때는 지금 내 이 심정을 나눌 누군가를 떠올린다.


나는 자주 좌절하고 낙심하고 넘어지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일어나서 산다.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그 힘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과연 커피와 폰과 사람이 하루를 살맛 나게 하는 것인지.


나는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인 줄 알고 살아왔는데 살수록 내가 그다지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자주 좌절하고 낙심하고 넘어진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힘은 내가 꽤 잘하고 있기 때문인 줄 알았는데 돌아볼수록 내가 그다지 잘하는 것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내가 살아가는 힘은 결국 나에게 있지 않고 그렇다고 커피와 폰과 사람에게 있는 것도 아니더라. 마음에서부터 데워지는 따뜻함. 너무 뜨거워서 밖으로 흘러나올 수밖에 없는 따뜻함이 내게 힘을 준다. 그것은 곧 사랑이다.


아이들은 잠이 올 때도 심심할 때도 배고플 때도 아무 이유 없어도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를 찾아 그 품에 안긴다. 엄마 품은 어떤 문제를 당장 해결해주진 않지만 불편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버린다. 그품 안에 머무는 만큼 아이는 튼튼하게 자라간다.






나는 내가 글을 쓰고 싶은지, 무슨 글을 쓰고 싶은지 생각한다. 혼자 쓰고 쓰다 지칠 때도, 내 글이 어디로 쓰이고 있는지 미치도록 불안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쓰는지, 어떤 것을 쓰고 싶은지.


나는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 글 잘 쓰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그런 내 모습을 그려보다, 진짜 내가 돈을 많이 벌고 글 잘 쓰는 유명한 작가가 되면 꽤 괜찮은 사람이 되는 건지 생각해 봤다.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글 쓰는 것이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게 될까? 삶이 만족스러워질까? 모든 초점이 ''에게 향해있는 이 질문들이, 그런 글이 과연 따뜻한 글일까? 나는 따뜻한 사람일까?


나로 가득 찬 글이 아니라 따뜻함으로 가득 찬 글을 쓴다면 어떨까? 내가 알려지지 않아도,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모두에게 인정받는 삶이 아닐지라도 '엄마 품'을 가진 작가라면 그땐 좀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위로할 수도 없고 어떠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없다. 하지만 내 글 속에 머무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는 있지 않을까. 엄마 품에 안기듯 잠시 쉬 고플 때, 다른 이 눈치 보지 않고 잠잠히 홀로이고 싶을 때, 눈물 한 방울 똑 흘려보내고 싶을 때 내 글 속으로 도망쳐왔으면 좋겠다고 바라본다.


나는 오늘도 다시 쓸 힘을, 하루를 살아갈 힘을 따뜻함과 사랑에서 찾는다. 요즘 새로운 내 꿈은 넓은 품이 되는 것이다. 뜨끈뜨끈한 품이 되는 것이다. 많은 이들 내 글 속에서 쉬다 간다면 난 그걸로 족하기로 했다. 쉽다. 간단하다. 그저 두 팔 벌리기만 하면 쉬운 거였는데 두 팔 가득 담으려고만 했으니 그동안 끙끙 앓았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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