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나 보다
비염이 심한 나는 환절기가 되면 괴로워진다. 귀신같이 코가 안다. 요 며칠도 코가 간질간질하고 재채기가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걸 보니 봄이 오려나보다. 보통은 이런 코의 변화가 힘들기만 한데 이번에는 괜스레 반가운 마음이 스며든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이 온다니.
유독 추위에 약하다. 추운 것이 싫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말이 어쩜 찰떡이다. 거기다 이번 겨울은 입덧까지 겹쳐 더 힘들었다. 평소에 지켜오던 일상의 루틴들이 다 깨져버렸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걸 보고만 있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입덧이 떨어지기만을, 빨리 봄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코가 간질간질한 것을 보니 진짜 봄이 오나 보다.
하루는 첫째 아이와 손을 잡고 걸었다.
"하리 손은 항상 따뜻하네."
"그렇지? 엄마는 몸에 피가 잘 안 돌아서 손이 항상 차가워."
"그런 말은 어떻게 안 거야?"
"아빠가 말해줬어. 엄마는 몸에 피가 잘 안 돌아서 손이 차가운 거라고."
"우와. 그랬구나~ 하리랑 아빠 손은 항상 따뜻해서 좋겠다."
아이는 내 손을 더 꽉 잡았고 나는 주머니 밖에 나와있지만 따뜻해진 내 손을 내려다봤다.
"엄마 손도 이제 따뜻해졌다. 내가 엄마 손 잡아주니까 엄마 손도 따뜻해졌어."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따뜻해진 건 엄마 손뿐만이 아니야. 엄마 마음도 너무너무 따뜻해.'
따뜻한 손이 차가운 손을 잡으니 차가운 손도 따뜻해졌다. 알게 모르게 이리저리 불안했던 찬 내 마음이 따뜻함에 녹는 것만 같았다. 사람의 마음과 삶을 움직이는 건 차가움이 아니라 따뜻함이라는 것을 너를 통해 알게 되었다는 걸 딸은 알까.
이 온기 잃지 않고 온몸 구석구석 잘 흘려보내 또다시 겨울이 올 때, 차가운 손 만날 때 따스하게 덮는 사람이면 좋겠다. 소중한 봄이 오면 따뜻함 구석구석 모아 모아야지. 여름 나뭇잎 속에 내려앉았다 가을 단풍잎 속에 물들었다 겨울나무 가지 위에 숨어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