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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림 Jul 13. 2022

당연한 건 없다

남편에게



너무 읽고 싶은 책이 생겨서 잠깐 고민하다 결제를 했다. 책 한 권 사는 거 별 거 아닌 일일수 있지만 갑자기 감사한 마음이 진하게 들었다. 읽고 싶은 책 한 권 살 수 있는 것, 아이들을 재워놓고 조용한 식탁 앞에 앉아 쉴 수 있는 것, 고요한 이 시간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이 당연한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시간 남편은 당직 근무 중이다. 남편이 일하고 내가 육아하는 것. 당연한 것이 아니다. 남편이 일하지 않으면 난 지금 이렇게 앉아있을 수 없다. 내가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만큼 남편도 가장으로써 많은 것을 희생하며 살고 있다. 다른 장소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남편과 나는 부부가 되었기 때문에 같은 마음으로 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너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하나가 될 때 빛을 발한다. 모든 것이 나와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가. 사랑할 때 가능하다. 사랑은 오래 참고 믿고 모든 것을 견디는 것이란다. 억지로 하면 끝까지 갈 수 없는데 내가 받은 사랑이 내 안에 가득 찰 때 나는 그것을 떠서 부어줄 수밖에 없다.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내일 다시 싸울지라도 지금 말하지 않으면 내일 사랑할 수 있는 힘 하나를 잃는 것일지도 모른다. 남편첫째 아이둘째도 우리 서로 닮아있지만 완전히 다르다. 한 명 한 명 그대로 바라봐주지 않으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억지로 가둬버리는 폭력을 행하는 것일 테다. 너는 이대로 고맙고 너는 그대로 고맙다. 내일 또 실수할 나일지라도 지금 또 쓰고 표현하고 새긴다. 나에게도 고맙다. 네가 먼저 잘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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