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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림 Jan 09. 2023

관심


남편이 얼마 전 지인한테 컴퓨터를 받아왔다. 지인이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면서 사용하던 것을 남편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팔았다고 했다. 성능도 꽤 좋은데 아주 싸게 샀다며 좋아했다.


나는 글을 쓸 때도 핸드폰으로 쓰는 것이 편해서 컴퓨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컴퓨터로 작업해야 할 일이 생겨 오빠의 사랑을 받고 있는 컴퓨터를 처음 켜보았다.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려는데 이전 검색목록이 보였다.



오리온 비쵸비, 비쵸비 판매처, 비쵸비, 아름다운 동행...

나는 빵 터지고 말았다.








며칠 전 비쵸비라는 과자가 엄청 맛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 들었더랬다. 초코를 좋아하는 초콜릿광인 나는 어떤 맛인지 너무 궁금해서 판매처를 검색하다가 별생각 없이(하지만 꼭 구해왔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득 담아)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남편의 반응은 '어디서 팔지?', '편의점에 가봤는데 없더라.' 정도가 다였고 그냥저냥 그렇게 지나가버렸다. '언젠가 흔히 발견되는 때가 오면 사 먹어봐야지.' 하고 넘겼는데 여기 이렇게 남편의 컴퓨터 검색창에서 다시 발견하게 될 줄이야. 좀 귀엽고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동행'은 인터넷 신문인데 매년 감사이야기 공모전을 개최한다. 작년 말, 공모전에 글을 보냈고 당선이 되었다. 그때도 남편의 반응은 그냥저냥이었다. 나의 글에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혼자서 검색도 해보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내 글이 올라오기를 계속 기다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비쵸비 과자 맛을 보지 못했고, 아직 공모전 상금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이미 배가 든든하다. 나와 모든 것이 다른 나의 남편. 남편은 성격도 취미도 가치관도 나와 다르지만 서로를 향한 관심과 사랑으로 우린 오늘도 하나가 되고, 거기서부터 안정과 고마움이 샘솟는다. 아이들을 재우고 조용한 밤이 되면 주로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런 내 옆에서 남편은 폰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본다. 각자 자기 일을 하다 어느 순간 고개를 돌려 옆사람을 본다.

"라면 콜?"


어떨 땐 달라서 싸우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와 다른 이  곰 같은 존재가 매일 내 옆에 있음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든든할 때, 나는 또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렇게 싸우고 화해하고 맞추고 알아가면서 가정을 끝까지 지켜내는 아내이고, 엄마이고 싶다. 우리 네 식구 각자 다 다른 인격체이지만 이 가정 안에서 그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사랑받으며 끝까지 잘 살아가길.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에 먹을 깻잎장아찌를 만들러 가봐야겠다. 남편과 딸들의 얼굴을 깻잎 위에 동동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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