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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채 Feb 13. 2024

별점과 기억의 상관 관계

2024년 1월 4주 차

 책을 읽고 나면 독서 기록 어플에 별점을 등록한다. 명확하게 세워놓은 기준 리스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주로 재미가 있었는지, 그 책이 잘 읽혔는지, 이야기가 완결성 있게 잘 흘러갔는지, 전달하는 메시지가 좋았는지 등을 종합하여 내 느낌대로 별점을 매긴다.


 최근에 읽은, 로절린드 스톱스의 『초보자를 위한 살인 가이드』는 별점 2점을 주었다. 표지와 제목을 보고 내가 기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런 분위기의 이야기가 아니었으며 생각보다 우울한 내용이 중간에 너무 길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등장인물들이 집에 옹기종이 모여 있을 것만 같은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그 등장인물들의 연대감, 그것들이 자꾸 맴돈다.


 1년 전쯤 읽었던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는 별점 1.5점을 주었었다. 아무래도 나이차가 많이 나는 성인과 미성년자의 미묘한 사랑 이야기가 거북했을 수도 있고 등장인물 한나의 재판 과정이 생각보다 길고 지루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책을 덮고서 한참을 한나는 감옥에서의 삶이 어땠을지 계속 생각했고 그 후에도 문득문득 한나의 삶에 대해서 떠올리곤 했다.


 어떤 책은 별점 2점을 줘놓고도 며칠, 몇 달, 가끔은 몇 년까지도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반면에 어떤 책은 읽는 동안 정신없이 재밌게 읽어서 별점 5점을 줘놓고도 책을 덮고 나면 깨끗하게 잊어버린다. 내가 지금 막 완독한 이 책이 기억에 길이길이 남을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분명, 별점 5점을 준 데에는 그만큼 내가 재밌게 읽었으니 그 별점을 수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순간에는 재밌었을 테니까. 하지만 별점 2점을 줘놓고도 한참을 머릿속에서 맴도는 책들은 별점을 수정해줘야 할까? 별점과 기억의 잔상 그리고 좋은 책인지의 여부에는 무조건적인 상관관계는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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