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주 차
자주 가는 산책길을 걸으면 풍력발전기를 향해서 걷게 된다. 가끔 사람들은 이 풍력발전기가 오히려 경간을 해친다고 싫어하기도 하지만 나는 언제 봐도 좋다.
이번 주에 내가 가려던 학원 수강신청이 있었는데 신청은 선착순으로 이루어진다. 핸드폰으로 아이유 콘서트표도 잡았던 내 동생(심지어 유애나도 아닌데)에게까지 부탁했는데도 광속 탈락해 버렸다. 다행히 대기번호는 2번이라 운 좋으면 내 차례가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갑자기 막막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렇지만 상실의 아픔에 허덕일 틈이 어딨어! 정신 차려! 그래 이직하는 데에 고난이 어디 이거뿐이겠니. '이게 시작이다'라는 마음으로 그다음 차선책과 원래 생각하던 최선책(?)도 다시 고려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길게 봤을 때, 아니 사실 짧게 봤을 때도 지금의 직장을 계속 다니는 건 나 스스로에게 못할 짓이다 싶으니 여기서 좌절할 게 아니라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사실 일이 엄청나게 힘들고 어렵다거나 엄청나게 많다거나 한 건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매일매일을 불행한 감정을 느끼며 일한다는 건, 정말 나에게 못할 짓이야. 흔히들 처음 입사하고서 가장 많이 울고 적응하면 괜찮아진다는데, 나는 어떻게 된 게 처음 입사했을 때는 멀쩡했는데 해가 갈수록 집에 와서 베개를 눈물로 적시는 날이 많아졌다. 일이 힘들어서라기보다는 내가 하루하루 행복하지 않게 일하는 게 너무 괴로웠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게 절망적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직 성공할 때까지 악으로 깡으로 버틸 것이다. 잠시 다시 돌아갈지라도 평생 머물진 않을 거야.
이러한 저러한 고민들로 산책을 하다가 이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위용을 마주하고 나면 고민이 저 날개에 걸려서 돌고 돌아 날아가는지, 아무것도 아닌 거처럼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저 풍력발전기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