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주 차
이직을 준비하면서 그나마 가장 두려운 부분은 내가 과연 몇 살까지 일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나는 이른바 'K-장녀'로서(아빠도 첫째, 엄마도 첫째, 그러다 보니 친척들 중에서도 내가 첫째가 되었다), 내 주변 사람들 중에서 여자들 중에 자기 일에 열정이 넘치게 정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사실상 부모님 세대는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경력단절이 되기 일쑤였고 아이들이 다 큰 후 재취업을 한다고 해도 이전에 하던 일로 돌아가기는 어려웠다(물론 그 현실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내가 어엿한 성인이 되어 이제는 밥벌이를 하게 되었으나 주변을 둘러봤을 때 자기 일에 애정을 가지고 하는 사람을 몇 보지 못했으며, 애정이 있다고 한들 거대한 포부를 가지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 나는 난생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믿고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자신 있게 나아가는 사람을 만났다. 나보다 먼저 앞서 나가는 여성 모델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데미안』에서 '알을 깨고 나온다'는 표현이 유명한데 내 인생에서 알을 깨게 된 사건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페미니즘'이라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됐을 때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러한 롤모델을 만난 날이다.
아무도 나에게 해준 적 없는 말을 직접 해주었다. 주변에서 항상 듣던 말은, '월급만으로는 노후를 보장할 수 없으니 주식을 해야 한다', '돈을 열심히 모아서 아파트를 사야 한다', '지금 직장이 좋은 직장이니 노후까지 다니며 적당히 벌어서 살아야 한다' 같은 말들이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누군가가 나에게 '능력을 키우면 돈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 말을 실제로 실천해 보이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나도 더 열심히 살아봐도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나도 이제부턴 내 능력을 믿고 아무튼 나도 이제부터 내 능력을 믿고, 기개를 가지고 열심히 나를 키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