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살던 시절, 함께 서핑샵에서 동고동락하던 친구와 서울에서 만났다. 그 친구와 급격히 가까워진 계기가 있었다. 전날 술을 많이 마시고 다음 날 공허한 속으로 누워 있을 때, 함께 카페 가지 않겠냐고 그 친구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 그래서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카페에 같이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서로의 삶의 방식에 대해 말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 둘 다 살아가는 태도가 비슷한 것을 발견하고 마음의 거리가 훅 가까워지게 되었다. 심지어 나이도 같서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용기와 위안이 된 순간이었다.
지금은 둘 다 육지로 올라와서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상태고 종종 만나 안부를 묻는다. 이번에도 만나서 어떻게 지내는지 얘기하다가 다시 돌아온 자리와 제주에서의 삶 사이의 괴리감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 친구말로는, 아직 세상의 주류는 그냥 다니던 직장 쭉 다니다가(이직을 할 순 있지만 계속하던 일을 하는 것)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사는 형태라고 했다. 그 친구나 나처럼 멀쩡히 잘 다니던 직장을 갑자기 그만두고 아예 다른 일을 해본다거나 아니면 갑자기 훌쩍 떠나보고 하는 우리가 비주류라는 것이었다. 나는 나 정도면 꽤 평범한 루트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충격이었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처럼 살고, 혹은 나보다 더 스펙터클한 삶을 살고 있고, 똑같은 일 하다가 적당히 결혼하는 삶이 비주류인 줄 알았다. 적당히 사는 삶이 몇 년 전까지는 주류였을지 몰라도, 요즘은 좀 더 비주류인 줄 알았다. 물론 옛날과 비율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직은 그 친구와 나 같은 삶의 형태가 비주류라는 게 충격이었다.
그렇지만 비주류면 어떠하겠는가! 역시 주류의 삶이란, 나에겐 너무 재미없는걸. 비록 비주류일지라도 당당하게 살아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