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스트: 음식으로 본 나의 삶』& 마티니
날씨가 조금씩 풀리면서 입맛도 조금씩 올라온다. 아직 날이 완전히 더워진 건 아니라서 아주 뜨겁진 않아도 따끈따끈한 음식이 먹고 싶은데, 뭐 먹을 만한 거 없을까? 그럴 때면 흔히 생각나는 음식은 피자다. 가끔 좀 더 특별한 걸 생각하자면 라자냐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런 날씨와 이런 당김이 있을 때 읽으면 좋을 책, 『테이스트: 음식으로 본 나의 삶』을 소개한다.
책의 표지에 대문짝만 하게 들어간 사진으로 알 수 있듯이 배우 스탠리 투치가 쓴 책이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는 편이 아닌 데다가 외국 배우들의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탠리 투치라는 배우가 낯설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좋아하는 영화인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캣니스의 의상 담당자인 시저 프리커먼 역을 맡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외에도 영화 <줄리&줄리아>를 본 사람이라면 이미 이 배우를 알고 있을 것이다. 투치는 음식을 매우 사랑하지만 병에 걸리면서 한동안 마음껏 음식을 먹을 수도, 맛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런 그가 병을 앓고 난 후 음식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쓴 에세이, 『테이스트: 음식으로 본 나의 삶』.
스탠리 투치는 요리와 레시피 그리고 그에 얽힌 인생 에피소드들을 저자 특유의 위트와 재치로 풀어내는데 생생한 맛과 질감, 향에 대한 묘사로 마치 눈으로 먹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이탈리아 음식들이 많이 소개가 되어 저녁 메뉴로 피자를 선택하기도 했다. 또한, 음식에 대한 설명이나 본인 이야기를 풀어놓다가도 독자가 지루할 타이밍을 알아채고 유머러스하게 다음 챕터로 넘어가 주는 것에서 저자의 센스를 엿볼 수 있다.
단순히 저자의 이야기를 죽 늘어놓는 형식이 아니라, 중간중간 레시피들도 소개되어 있고 가끔은 대본 형식으로 일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배우이자 음식 애호가인 스탠리 투치의 정체성이 잘 어우러진 구성이었다. 게다가 레시피들을 보면 4인분부터 10인분 이상까지를 기준으로 소개된 게 대부분인데 저자가 자라온 가정환경이 어땠는지 그 분위기를 잘 알 수 있었다. 저자의 가족들은 거의 매일 음식을 만들어서 다 함께 복작복작 모여서 먹었다. 레시피에서부터 따듯한 소란함과 단란함이 느껴진다. 지금처럼 애매한 환절기에 적절한, 따끈한 책이다.
책에 스탠리 투치만의 마티니 레시피도 등장한다. 위스키는 영 취향이 아니라 안 마셔 버릇해서 잘 모르는데, 그의 일화와 레시피를 보고 있자니 올리브를 1개 혹은 3개를 띄운 마티니를 마셔보고 싶어진다. 마티니와 라자냐를 옆에 두고 이 책을 읽어보면 온화한 기후의 이탈리아에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