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놓을 용기』& <나 홀로 집에>
그런 로망이 있었다. 나이에 관계없이 친구가 되는 것. 내가 어릴 때는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노인과도 친구가 되고 싶었고 내가 지긋한 나이가 되었을 때는 갓 성인이 된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서양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나이를 막론하고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어 서로 이런저런 조언을 주고받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여전히 로망이고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왜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를 떼어놓고 친구가 되기 어려울까? 아무래도 한국의 호칭 문화 때문일 것이다. 나이에 따라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 정해지고 이에 따라 반말을 쓸 수 있는 위치와 존댓말을 써야 하는 위치가 정해진다. 이러한 존댓말과 반말로 이루어진 한국어 체계에 '평어'라는 새로운 언어 체계를 제시하는 『말 놓을 용기』. 평어는 간단히 말하자면 '이름 호칭+반말'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반말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존비어체계에서는 한쪽은 존댓말, 한쪽은 반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평어는 서로 사용하기에 평등한 관계 형성이 가능하다. 어쩌면 평등한 관계이기에 서로 평어를 사용하자고 합의를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주의할 점은 형태가 반말이라고 해서 예의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새로운 관계 형성을 돕는 언어 체계인 평어. 평어 체계가 널리 알려져서 우리나라에서도 나이를 뛰어넘는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영화 <나 홀로 집에 2>에서 케빈은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나게 되지만 공항의 소란한 틈에서 케빈만 다른 도시에 떨어지게 된다. 호텔에서 아버지의 카드로 자유를 만끽하던 케빈은 감옥에서 탈출한 도둑들의 눈에 띄고 만다. 그런 케빈을 극적인 순간에 도와주는 '비둘기 아줌마'.
케빈은 처음에 비둘기 아줌마를 경계하지만 결국 둘은 친구가 되어 서로를 도와준다. 어릴 때 이 모습을 보고 나이와 배경, 지위를 막론하고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낭만을 품었었던 것 같다. 영화 <나 홀로 집에>를 보며 친구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