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랑의 형태에 따른 독일인의 반지

약혼과 결혼 그리고 파트너


글로벌 분석가

GERMANY


Hallo!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 김솔빈 특파원이 취재한 독일의 반지에 대해서 살펴보자!


WJRC 글로벌 분석가 <독일> 2월호


환상 속의 그대- 약혼반지

반지 없는 약혼은 없다. 그러나…… 



Verlobungsring, 직역하면 약혼반지지만 프로포즈링이라는 표현이 우리에게는 좀 더 익숙할 것이다. 


결혼을 위한 프로포즈를 계획 중인 독일인의 78%가 약혼반지를 준비한다.[1] 중세시대의 약혼반지는 남녀가 나누어 착용하는 것이었지만 현대에 들어와 약혼반지는 오직 여성만을 위해 존재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단독으로 선택해 구매하는데, 연인의 취향을 알기 어렵고 주얼리에 관한 경험도 부족하기 때문에 반지의 세부사항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착안해 약혼반지만을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제작하는 주얼리 업체도 존재한다. [2] 1948년 미국 De Beers의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캠페인 이후 이 분야 고전이 된 솔리테어링은 현재까지도 가장 선호되는 디자인이다. 경영 컨설턴트 Responsio와 전문조사기관 SINUS Institute가 2019년 하반기 20세에서 69세 사이의 독일 시민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주얼리 브랜드 및 구매 의사에 관한 연구 결과, 약혼반지로 가장 매력적인 디자인 중 상위 6개가 모두 다이아몬드 솔리테어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디자인은 Niessing, Bucherer, Wempe, Schaffrath의 것이었다. 


이번 연구의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주얼리 선물에 개당 600유로(한화 약 78만원)를 지출하는데 약혼반지를 위해서라면 13%의 사람이 ‘좀 더’, 나아가 13%의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지출할 것이라고 답했다.[3] 다만 이 연구는 조사대상자 중 4,000명이 주얼리에 개당 500유로 이상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임을 고려해야 한다.[4] 



결혼정보전문포탈 hochzeit24는 남성의 약혼반지를 구매하는 행위에 대해 위와는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약혼반지는 불과 몇 달 동안만 착용할 것이므로 남성에게 부채를 남겨서는 안 된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성 파트너에게게 여성은 300유로 정도의 반지를 기대할 것이지만 직업적 상황에 따라서는 80유로(한화 약 10만 4000원)선부터 시작하는 우정반지를 선물할 수도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결혼반지를 따로 구입하지 않고 약혼반지를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 단독으로 디자인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파트너와 매장에 동행할 것을 권하고 있다.[5] 


일부 약혼반지전문업체는 정은을 사용해 가격을 대폭 낮춘 솔리테어링을 제안한다. 이 경우 은이 실제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기에 충분히 견고한 금속임을 강조하고 있다. 요컨대 독일에서는 결혼 전에 남성이 약혼반지를 구입해 파트너 여성에게 선물하는 것이 관례이며 이와 관련해 다이아몬드 1개를 중심으로 하는 솔리테어링에 대한 지속적이고 견고한 선호가 있는 것이 관찰된다. 독일의 주얼리 소비자는 유럽을 주 판매처로 하는 역사가 긴 럭셔리 브랜드의 솔리테어링 디자인을 선호하지만 이것이 실제 구입으로 연결되는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는 약혼반지와 함께 결혼을 제안하는 ‘오래된 유행’을 실행하는 데 있어 남성에게는 경제적 부담과 함께 디자인 및 소재 선택의 어려움이 존재하는 듯하다. 주얼리 업계는 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해당 업체들은 솔리테어링의 핵심인 다이아몬드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귀금속인 은을 접목시켜 가격 면에서 지불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실용성과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겉과 속이 다른- 결혼반지

외양은 전통, 내용은 혁신



독일인은 전통적으로 오른손 약지에 결혼반지를 낀다. 그 이유에 관해서는 결혼반지를 왼쪽에 착용하는 풍습이 있는 가톨릭 국가들을 참고해 개신교에 기원한 풍습일 것이라는 설이 있지만 이에 대한 명백한 증거는 없다. 


독일에서 약혼반지는 왼손 약지에 착용한다. 결혼식 당일에 약혼반지를 오른손으로 옮겨 착용하는데, 이 때 결혼반지를 먼저 낀 상태로 약혼 반지를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5]. 



결혼반지와 약혼반지가 함께 착용하기에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인 경우 약혼반지를 그대로 왼손에 두기도 한다. 드물게 약혼반지를 아예 벗어 버리기도 한다.[6] 이것은 절대적인 규칙이 아니며 개인의 생활양식과 취향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최근에는 오른손잡이의 경우 생활의 편의를 위해  왼손 약지에 결혼반지 및 약혼반지를 착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주얼리 전문 계간지 슈묵(Schmuck, 직역하면 장식(품)이지만 주얼리의 뜻으로 통용된다.)의 기사에 따르면 2020년 웨딩링과 관련해 가장 두드러지는 경향은 좁은 폭이다. 작년에 이미 나타난 흐름이 강화된 것으로써 2밀리미터에서 4밀리미터 사이의 얇은 폭에 시대를 초월하는 전통적인 디자인을 구현한 것이 대부분이다. 플래티넘 소재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있으며 밀그레인 기법을 활용한 디자인도 주요 경향 중 하나다. 결혼반지에 유색석을 넣는 것도 유행이다. 경우에 따라 탄생석을 넣는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7] 


독일의 결혼반지 외양은 실용적면서도 솔리테어 링과 함께 착용할 수 있는 평반지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며 여성의 반지에 보석을 중점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상식적인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혼반지라는 보편적인 품목에 브랜드의 기성 제품을 선택하면서도 자신의 반지에 고유성을 부여하고 싶은 고객들을 위해 상당수의 업체가 조각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최근에는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의미 있는 문구, 이니셜, 기념일 뿐 아니라 지문, 필적, 손금까지도 구현할 수 있다[8]. 약혼반지와 마찬가지로 결혼반지 역시 밴드의 구성이나 보석의 활용, 의미 전달 방식 등 여러 면에서 전통을 고수하는 가운데 약간의 변주를 허용하는 정도의 경향성이 엿보인다. 



특이할만한 것은 붉고 검은 금속의 활용이다. 해당 제품들은 민무늬 밴드에 멜리다이아를 포함하는 단출한 외양이 대부분인데, 소재 면에서는 레드골드, 텅스텐, 탄소, 티타늄을 활용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레드 골드는 구리의 함금 비율을 높인 것이다. 핑크골드보다 진한 분홍색 혹은 구리에 가까운 붉은빛을 띤다. 레드골드는 333, 585, 750 제품이 시장이 나와 있다. (독일에서는 8K (순금 함량 33.3%)와 9K(순금 함량 37.5 %) 도 귀금속으로서 유통된다. 또한 캐럿보다는 세 자리 숫자로 함량을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9]


금 함량이 낮은 합금을 활용하거나 골드와 플래티넘 외의 금속을 활용하는 것은 역시 전통을 고수하는 가운데 실용과 개성을 추구하는 독일인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 이는 또한 가격 면에서 은에 다이아몬드를 세팅이 들어간 약혼반지를 제작해 판매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본다.



(좌) 독일 작센 주 라이프치히 시내 중심가의 보석상.

1878년 운영을 시작해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으며 매달 결혼반지의 날을 정해 이벤트를 진행한다. 좌측 상단의 플래카드를 매달 교체해  그것을 알린다. 독일은 일, 월, 년 순으로 날짜를 표기하므로 2020년 2월의 이벤트는 8일에 진행된 것을 알 수 있다.  


(우) 라이프치히 시내의 또 다른 보석상. 

시계를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곳임에도 역시 3월 7일을 결혼반지의 날로 지정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그 누구를 위함이든- 파트너링

삶의 다양성, LGBTI를 위한 주얼리



2016년 기준 독일 인구의 7.4%가 성소수자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독일에서는 2017년 10월 1일부로 동성 간의 결혼이 인정되어 이성 간의 결혼과 동등한 법적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 그 이전에도 시민결합의 한 형태로서 동성 배우자의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해왔다. 연방 정부 차원에서 성적 취향과 성 정체성에 따른 차별과 폭력을 반대한다.[10]. 이곳 라이프치히에서는 시 차원에서 LGBTI를 위한 평등기회부서(Das Referat für Gleichstellung)를 운영한다. LGBTI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간성(영어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를 통칭하는 약어다. 시는 이들을 위해 학교에서의 인식 교육과 신변에 관한 심리사회적 상담 등을 진행한다.[11] LGBTI 당사자도 본인의 성적 지향을 숨기지 않기 때문에 고유한 특성을 지닌 소비자 집단으로서 인식되고 있다. 


라이프치히 시내 중심가 130년 전통의 보석상 앞 입간판에는 이성커플이 등장하는 광고와 동성커플을 위한 제품임을 암시하는 광고가 나란히 게재되어 있다. 전자의 문구는 ‘금에 키스한 탄소’ 정도로 간단한 반면 후자의 경우 비교적 길고 드라마틱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용기 있는 이들을 위해, 

 모험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실험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한마디로 당신이 선택한 모든 이를 위하여." 



독일의 주얼리 업계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기 전 파트너링이라는 분류를 만들어 이들을 소비자 집단으로 포섭했다. 물론 파트너링은 성소수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혼 관계의 부부나 각자의 혼인관계가 법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연인, 동성인 친구들 간에도 우정반지로 나누어 낄 수 있는 성격의 것이었다.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된 이래 결혼반지의 마케팅 범주에 남-남 혹은 여-여 커플을 위한 선택지가 생겨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트너링이라는 용어와 분류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법제만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인간관계의 여러 양상을 아우를 수 있는 느슨한 개념이기 때문일 것이다.


성소수자를 공공연히 배척하며 양성 간의 혐오와 불신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다. 독일 사회도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세계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인종차별을 비롯한 갖가지 차별이 존재하지만 공적인 차원에서 인권을 보장하고 거의 모든 면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책은 삶을 느리게 반영한다. 상대적으로 산업은 변화된 생활상을  빠르게 제품에 반영한다. 독일 주얼리 분야의 약혼반지, 결혼반지, 파트너링의 분류는 개인의 삶의 선택과 고유한 특성을 존중하고 의견의 다양성을 보존하고자 노력하는 독일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반지로 본 독일인의 사랑은 가장 개인적이고 전통적인 미디어에 최첨단의 사회상을 담아 놓은 것이었다. 우리나라 웨딩 주얼리에 투영된 한국인의 사랑은 어떤 것인지 소셜 미디어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예물 투어 후기를 보면 새삼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하겠다.




자료출처


본문 이미지 - 직접 촬영, Unsplash, 클립아트코리아




참고문헌


[1] https://www.responsio.eu/verlobung-am-valentinstag-nicht-ohne-einen-ring/

[2] https://www.verlobungsringe.de/magazin/verlobungsring-bedeutung-tradition-und-geschichte/

[3] [1]과 같음

[4] https://www.sinus-institut.de/veroeffentlichungen/meldungen/detail/news/verlobung-am-valentinstag-nicht-ohne-einen-ring/news-a/show/news-c/NewsItem/news-from/13/

[5] https://www.hochzeitsportal24.de/ratgeber/verlobungsring/

[6] https://www.eheringe.de/hochzeitsmagazin/eheringe-mit-verlobungsring-kombinieren/

[7]  슈묵 지 2020년 봄 호 50-51

[8] https://www.juwelier-sonntag.de/trauringtage

[9] https://www.bv-juweliere.de/Themen+Tipps/Gold-Silber-Platin.php

[10] 통게전문업체 Statista의 LGBT* 관련 조사결과 https://de.statista.com/themen/4641/lgbt/

[11] https://www.leipzig.de/jugend-familie-und-soziales/lgbti-lesbenhttps://www.leipzig.de/jugend-familie-und-soziales/lgbti-lesben-schwule-bisexuelle-transidente-und-intersexuelle/-schwule-bisexuelle-transidente-und-intersexuelle/




콘텐츠는 월곡 주얼리 산업연구소에서

제작 및 배포하였습니다.

◆저작물 활용 시 출처를 명시하여야 합니다. ◆

매월 발행되는 글로벌 분석가 리포트!

다음 호를 기대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PNJ, 베트남 여성을 사로잡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