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습관도 중요하지만, 결국 부모의 삶이 아이를 가르칩니다.
이제 그만,
잘 키우려 하지 말고 잘 살아야 합니다
공부도 습관도 중요하지만, 결국 부모의 삶이 아이를 가르칩니다.
기업 초정 특강이 끝난 후 한 어머니가 제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교수님, 도대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그 질문은 너무나 절실했고,
그 안에는 사랑과 책임, 그리고 불안이 함께 녹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잠시 침묵하다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 스스로가 잘 살아내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보세요.”
우리는 아이를 위해 ‘좋은 부모’가 되려 애씁니다.
정보를 모으고, 조언을 듣고,
하루하루를 ‘잘해주기 위한 노력’으로 채웁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작 나 자신은 숨 쉴 틈이 없어집니다.
육아가 아니라 생존이 되고,
동반자가 아니라 감독자가 되어갑니다.
심리학에서는, 부모의 감정이
아이의 정서를 ‘조율하는 환경’으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아직 미숙한 아이의 뇌는
부모의 감정을 거울처럼 받아들이며 자랍니다.
이걸 ‘정서 공동조절(emotional co-regulation)’이라고 부릅니다.
즉, 부모가 불안하면 아이의 뇌도 불안을 학습하고,
부모가 안정되면 아이는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워갑니다.
아이의 뇌를 들여다보면,
유전자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양육자의 감정 반응’입니다.
뇌과학자들은 반복된 정서 경험이
아이의 신경회로를 바꾸고,
스트레스 내성과 사회적 관계 형성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결국, 부모의 감정 습관이
아이의 생리적 안정성을 설계하는 셈입니다.
교육에서 정말 중요한 건,
아이에게 “나는 할 수 있어”라는 감정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그 감정이 공부의 시작이자, 지속의 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법을 적용해도
부모가 지쳐 있고 삶이 무너지면,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말하고 싶습니다.
잘 키우려는 마음보다 더 중요한 건,
당신이 잘 살아내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아이에게 가장 깊이 남는 건,
부모가 무엇을 말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일상을 살아냈는가입니다.
아무 말 없이 혼자 설거지를 마치고,
피곤한 얼굴로도 아이에게 눈을 맞춰주던 그 모습.
정답은 아니지만, 진짜였던 그 순간들이
아이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교육'으로 남습니다.
아이를 위한 최고의 교육은,
엄마가 아빠가
일하고, 식사하고, 웃고, 실수하고, 회복하는 모습 자체가
가장 큰 교과서입니다.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해”라고 말하지 않아도,
부모의 삶이 곧 아이의 기준이 됩니다.
가끔은
‘오늘 하루 내가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건 포기가 아니라,
아이에게 ‘인간답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가장 현실적이고 정직한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양육’이라는 말 뒤에 숨겨진
부모의 삶의 무게와 가치를 다시 바라본 시도입니다.
더 많은 자리에서, 더 깊이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덜 완벽하지만 진심인 부모님을 응원합니다.
김성곤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