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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좋은 부모인데,
왜 나는 여전히 불안할까?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사랑해서입니다

by 김성곤 교수

“당신은 정말 좋은 부모예요.”

많은 부모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잠시 안도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상하게 더 초조해지고는 합니다.

‘근데 왜 나는 아직도 이렇게 불안하지?’

‘왜 아이를 볼 때마다 더 해줘야 할 것 같지?’

이 글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부모의 불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흔히 ‘부모의 불안’을

성격 문제나 의지 부족으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심리적 애착 유형과 사회문화적 구조,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이중 불안 이론(Dual Anxiety Hypothesis)이라 설명합니다.

즉, 애착 불안과 사회적 불안이 서로 증폭되며

부모의 정서 기반을 흔드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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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불안: 심리적 애착의 흔들림

“나는 충분히 사랑받은 적이 있나?”

“내 감정은 존중받았었나?”

부모가 되었을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애착 역사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특히 불안-회피형이나 불안-양가형 애착을 경험한 부모는

아이와의 관계에서 통제, 과잉 개입, 반복 확인으로

불안을 해소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오히려 아이의 자율성과 자기 효능감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두 번째 불안: 사회적 비교의 늪

“옆집은 벌써 영어 유치원 다닌다던데…”

“다들 선행학습 하는데 우리만 늦은 건 아닐까?”

부모 불안의 또 다른 축은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입니다.

특히 SNS와 학부모 커뮤니티는 과도한 정보의 과잉노출(Overexposure)을 유발하고,

이는 부모의 내면 동기를 외적 기준으로 쉽게 바꾸게 만듭니다.

결국 ‘내 아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부족한 부모일까 봐’ 더 불안해지는 구조에 갇히게 됩니다.




세 번째 불안: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통제 욕구

이 시대의 부모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사회”를 살아가는 첫 세대입니다.

직업군은 빠르게 바뀌고,

교육은 정답이 사라지고,

AI와 변화하는 기술 환경은

부모에게 예측 불가능성(Intolerance of Uncertainty)을 가중시킵니다.

그래서 부모는 점점

‘지금 해줘야 미래가 안전할 것 같아’

‘지금 못하면 나중엔 늦을 것 같아’라는

과잉 개입의 환상에 빠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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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이기는 부모의 5가지 태도


불안을 없애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불안에 압도되지 않는 방법은 있습니다.

다음은 심리학적·교육학적으로 제안하는 다섯 가지입니다.


① 내 불안을 인식하는 ‘마음 챙김’

“지금 나는 왜 이렇게 조급할까?”

감정을 바꾸기보다, 그 감정을 알아차리는 능력(Mindfulness)이 먼저입니다.

전전두피질의 활성화는 감정 통제 회로를 강화합니다.


② 내 아이만의 속도를 인정하는 메타인지

“우리 아이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메타인지(Metacognition)는 부모와 아이 모두의

자기 판단력과 정서 안정성을 키우는 핵심 도구입니다.


③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아이의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불확실성을 견디는 능력(Resilience to Uncertainty) 자체가

자녀에게 가장 필요한 생존력입니다.


④ “나는 좋은 부모다”라는 자기 확언

실수하더라도, 아이에게 필요한 감정 기반을 줄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좋은 부모(Good Enough Parent)입니다.


⑤ 같이 불안한 부모들과 연결되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심리적 동질감(Shared Vulnerability)은

불안을 줄이는 데 가장 큰 버팀목입니다.


그 불안은 결코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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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부모의 불안’을 심리학적 시선으로 다시 해석한 시도입니다.

더 많은 자리에서, 더 깊이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덜 완벽하지만 진심인 부모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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