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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된 뒤, 가장 자주 한 거짓말

아이를 지키려다, 나를 숨기게 되는 마음의 이야기

by 김성곤 교수

“괜찮아.”

“다 널 위해서야.”

“나는 힘들지 않아.”

부모가 되고 나서, 우리가 가장 많이 했던 말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말들은 진심이 아닐 때가 많았습니다.

사실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괜찮지 않다는 것을.

이게 정말 다 아이를 위한 선택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지쳐 있었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자주 거짓말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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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는 ‘자기기만(self-decep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스스로도 모르게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거나,

자신을 속이며 ‘견딜 수 있는 현실’을 만들어 가는 심리 기제입니다.

특히 부모가 되면, 이 자기기만은 더 빈번해집니다.

아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부모로서 실수를 인정하기 두려워서,

때로는 우리 자신의 불안을 숨기기 위해서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난 뒤, 깊게 한숨을 쉬며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던 밤들이 있습니다.

그 말이 진심이 아닌 걸 알면서도,

그렇게라도 해야 버틸 수 있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우리 뇌의 ‘생존 본능’도 깊이 관여합니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 우리는 위협을 느낄 때 ‘합리화 회로’가 더 활성화됩니다.

특히 아이의 미래를 걱정할 때, 불안감이 올라가면 뇌는 빠르게 이유를 찾고,

스스로를 속여서라도 ‘안정’을 확보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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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네가 공부를 못하면 큰일 나”라는 말을 반복하는 이유도,

사실은 우리 불안과 불확실성을 아이의 책임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여러 심리적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를 사용합니다.


가장 흔한 것은 합리화(rationalization)입니다.

“다 널 위해서야”라는 말속에는 사실 내 불안, 내 기대, 내 과거의 부족함이 숨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복잡한 마음을 인정하는 대신,

‘아이를 위한 선택’으로 포장해,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합니다.

또 하나는 투사(projection)입니다.

우리 안의 불안, 부족함, 두려움을 아이의 문제로 옮겨 버리는 것입니다.

“너는 집중력이 부족해”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우리 자신이 통제감을 잃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부정(denial)도 작동합니다.

“나는 힘들지 않아”라고 말하면서, 우리의 피로와 감정 소모를 외면합니다.

하지만 외면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어느 순간 더 크게 우리를 흔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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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부모가 가장 자주 하는 거짓말은

아이를 위한 말이면서 동시에 우리 자신을 위한 방어막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자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심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본능적 보호 기제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거짓말 뒤에 숨은 우리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나는 지금 정말 괜찮은가?

이 말이 진심으로 아이를 위한 말인가?

혹은, 내가 두렵고 불안해서 내뱉은 방어의 언어는 아닌가?


그 물음이, 우리를 더 정직한 부모,

그리고 더 솔직한 우리 자신으로 살아가게 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완벽해질 순 없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을 조금 덜 하는 부모는 될 수 있습니다.

그 시작은, 우리 스스로의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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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이야기를 기다리기보다, 오늘도 스스로 진실을 찾아가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부모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사람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이 삶을 다루는 당신의 시선에

한 줄의 따뜻한 영감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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